'날 것'의 의미

by 이지선

얼마 전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협력업체 사장님이 죽어있는 랍스터를 한 마리 주셨다. 판매를 하다 보면 더러 킹크랩, 랍스터 등 생물이 죽기도 하는데 상품 가치가 떨어져 팔기 어려우니 먹어보라고 주신 것이다. 그나마 싱싱하지 않은 것이라도 그 날 바로 조리를 했으면 먹을 만 했을 지도 모르겠다. 간혹 막 죽은 랍스터를 쪄도 그런대로 맛있는 때가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시간이 없어 냉동실에 두었다가 며칠 후 꺼내어 찜통에 쪘다. 랍스터는 꽤나 커서 찜통에 통째로는 들어가지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한참을 찌고 꺼내어 잘라 보니 속은 텅 비어 있었다.


마치 질소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과자 봉지를 뜯었을 때처럼 딱딱한 껍질 아래 살은 1/3도 채워지지 않았고 그나마도 바닷물에 담근 것처럼 짰다. 그래도 '귀한' 랍스터를 살려 보겠다고 다리 살에 버터와 마늘을 발라 구워 보았다. 그래도 역시 맛은 장식되지 않았다. 찌고 굽고 하는 노력이 고스란히 아까운 쓰레기로 쌓였다.


해산물은 그렇다. '싱싱함'이 최우선인 해산물은 싱싱하지 않으면 그다음은 어떤 조리법이나 기교로도 가치를 되찾기 어렵다. 모든 식재료가 그럴 테지만 그래도 육고기는 양념 맛으로 전체를 살릴 수도 있지만 해산물은 어렵다.


2015-03-31 16.11.41.jpg '날 것'의 에너지 가득한 노량진 수산시장


지난 몇 달 [미친물고기] 서비스를 통해 회를 팔며 느낀 것이다. 날 것은 그대로 싱싱함이 생명이고 그 싱싱함은 정직함이라고. 싱싱하지 않을 것을 가리고 치장해도 도저히 속일 수가 없다. 그나마 미숙한 서비스에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노량진 수산시장이 갖는 '싱싱함'과 그 상징성이 한몫했던 것이다.


간혹 양념 맛보다는 재료 본연의 맛으로 승부해야 하는 '날 것'은 쉽게 질리기도 한다. 일 년 365일 매일 회를 먹을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어쨌든 '날 것'의 진실한 맛이 주는 에너지는 크고 강렬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날 것'의 맛을 어떻게 하면 잘 패키지화해서 팔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아직 나는 시장 입구에 서있다. 본격적으로 날 것의 에너지가 넘치는 시장으로 달려가야겠다. 화려함은 없어도 싱싱함으로 정직해질 수 있는 곳에서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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