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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선 Feb 07. 2016

[검사외전]을 보는 이유

'정의'는 픽션에서나 가능한 걸까?

지난해 흥행 1위 영화 '베테랑'을 보면서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를 외치던 주인공의 말에 속이 시원하긴 했지만 그 영화가 관객 1천 명을 넘을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더욱이 '내부자들'을 초기에 보고는 이병헌과 조승우의 연기에 기립 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였지만 그 역시 흥행 몰이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영화가 잔혹했고 역겨웠기 때문이다. 다만, 등장인물의 '현실성'이 너무나 잘 재현되어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영화라는 사실이 놀랍다고 생각하긴 했다. '내부자들' 역시  예상외의 선전을 거두었고 연이어 감독판을 개봉해서 그 역시 큰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 사회의 정의구현에 앞장서(야 하)는 경찰, 검찰이 등장하고 정치인이 등장하고 사악한 기업이 등장하는 영화의 계보를, 이번에는 [검사외전]이 다시 잇고 있고 이 역시 초반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연휴가 시작되는 아침, 검사외전을 보고 왔다.


*이미지는 <네이버 영화>에서 가져옴


대략의 줄거리는 폭력 검사이기는 하지만 사람을 죽이지는 않은 변재욱 검사(황정민)가 심문 과정에서 피의자를 죽게 했다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다. 물론 그 누명의 뒤에는 검찰과 정치인 조폭 같은 기업인이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 변재욱은 감방에서 만난 꽃미남 사기꾼 한치원(강동원)을 이용해 증거를 모으고 자신의 억울함을 밝혀낸다는 이야기이다.


줄거리는 뻔하다. 강동원이라는 매력적인 배우와 황정민의 연기는 훌륭하지만 감동적이지는 않다. 특히 황정민은 이미 껄렁한 경찰과 검찰의 이미지가 너무 익숙해버린 터다. 그에 비하면 강동원은 망가진 모습에 귀여움까지 더해 신선하기는 했다.


그렇다고 해도 이 영화가 개봉 4일 만에 관객 2백만이 돌파할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극장을 나오면서 사람들은 왜 이렇게 뻔한 공식을 담은 영화에 이토록 열광하는 걸까 생각해봤다.


두 주연 배우의 '이름값'은 충분히 보고 싶은 영화로 꼽을 만하다. 덧붙여 설 연휴라는 '대목'의 효과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정의'라는 달달한 것이 사라진 현실에서, 그 달달함을 픽션에서라도 찾고 싶은 것은 아닐까 싶다.


현실 속에서는 힘없는 사람이 기획 수사에 의해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가는 일은 어쩐지 있을 듯하고 언론사 논설위원이 기업 회장님과 손발을 맞추고 정치인을 길러내는 일은 아주 흔한 일로 느껴진다. 돈 있으면 시위하는 노동자 정도는 두들겨 패고 돈 몇 푼 쥐어주려는 재벌 2, 3세도 익히 알고 있는 캐릭터같다. 영화의 꼬인 부분들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현실과는 달리, 감독님들의 아량으로 스크린에서 만큼은 '달달한 정의'가 어느 정도는 실현되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이건 차라리 '판타지'로 분류해야 하지 않을는지.


몇 달 전부터 모임에서 놀이 삼아 '영화 모의 투자 게임'을 하고 있다. 게임 진행자가 매달 개봉하는 영화 4편을 추천해주고 그 가운데 투자액수를 정하는 것이다. 그 뒤로 영화를 그저 기분으로  보기보다는 과연 흥행할 수 있을지, 흥행하거나 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아마 [검사외전]의 감상문이 지나치게 비약되어 있거나 복잡하게 꼬여 있다면, 비록 실제 돈을 투자하지는 않았으나 그런 마음으로 헤집어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강동원의 새로운 매력이 돗 보인  영화였으므로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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