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갈까요?
백종원은 먹방, 쿡방 시대를 대표하는 스타이다. 우리는 그를 '집밥' 백선생이라고 부르지만,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전통적인 의미의 집밥과는 거리가 먼 레시피를 선보인다. 원래 집밥이라 하면 맛을 꾸미기 위해 과다한 양념을 넣는 대신 건강을 생각해서 좋은 재료로 정성을 다해 소박한 상을 차려내는 것을 의미할 테다. 하지만 방송에 소개된 백선생의 조리법은 설탕과 조미료를 과하게 써서 맛을 내고 일반인들에게 요리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한다.
물론 백선생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의 푸근해 보이는 인상도 맘에 들고, 무엇보다 식당 경영에 대한 인사이트를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 단지, 백선생 식당의 음식을 별로 먹고 싶지는 않을 뿐이다.
오래된 기사이지만 일본 오사카의 밥 짓기 명인이 자신의 뒤를 이를 사람을 찾고 있다는 글(http://news.joins.com/article/3457668)을 보고는 다시 한번 감명받았다.
올해 안에 '미친물고기' 식당을 여는 게 목표이다. 그래서인지 더욱 '백선생'과 '장인' 사이에 어떤 방향을 보고 걸어야 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멋져 보이는 '장인'의 길을 가야 할지, 사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백선생'의 행보를 따라야 할지, 생각보다 쉬운 결정은 아니다.
고백하건대 난 사실 겉멋 든 '장인'파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는 [베테랑] 황정민의 대사에 깊이 공감하며, 최고의 가치를 향해 도닦듯이 정진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역시도 환상일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이 깊어진다. 어차피 내가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것도 아니고 최고의 요리사가 되는 게 목표는 아니다. 작은 식당을 기획하면서 어설프게 '장인' 흉내 내다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일단 식당을 시작한다면 '백선생' 스타일로 하든 '장인' 흉내를 내든 손님을 모으고 이익을 내는 것이 첫 번째 관문일 테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좋은 재료와 맛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게 문제다. 특히 요즘 식당 음식이 배고픈 사람들에게 맛있는 밥을 준다는 밥집 본연의 마음을 잃어가고 느끼고 있는데 그런 껄렁한 식당 하나 더 추가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최고의 맛은 아닐지라도 정성스러운 음식으로 손님이 만족할 수 있는 음식을 내는 게 우선이다. 거기에 사람들이 맛있게 회, 해산물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미친물고기의 창업정신(?)이라 할 수 있는 미치게 회식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사실, '백선생'이냐 '장인'이냐는 이미 답이 정해진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장인까지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얄팍한 상술을 쓰지는 않겠다는 게 첫 번째이고, 그러면서도 수익을 내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백선생 만큼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제까지 살면서 너무나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도전해왔다. 하지만 식당은, 그 규모가 크고 작음을 떠나서 몹시 기대되고 또 걱정되는 일이다. 이제까지 내가 해왔던 일 중에 가장 무모한 도전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벌써 이렇게 설렌다. 나이 오십 넘어 이렇게 설레는 일을 만났으니 그것으로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