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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식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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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선 Apr 23. 2017

깔끔하고 든든한 한그릇 - 옥동식

돼지곰탕 맛집

요즘 서울에서 돼지국밥으로 이름을 얻고 있는 두 곳이 있다.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박찬일 셰프의 '광화문국밥'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합정동에 위치한 '옥동식'이다. 광화문국밥은 주말에 문을 열지 않아 맛 볼 기회를 아직 못얻었다. 대신, 옥동식을 가 보았다.


식당을 시작한 지 1년여, 이제 다른 식당을 갈 때마다 남다른 느낌을 받곤 한다. 그저 맛있는 한끼를 먹고 나오는 것을 넘어서 식당 분위기, 주방과 홀 인원들의 표정까지 유심히 살피게 된다. 식당 일은 업무 시간이 길어서 고되며 늘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늘 같은 수준의 맛을 유지해야 하는 까다로운 업무이다. 배고픈 사람에게 살아갈 힘이 되는 '밥'을 만들어 주는 일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만이 잘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옥동식은 정갈하게 잘 정리된 식당이었다.




한국식 돼지곰탕을 파는 식당이지만 내부 인테리어는 흡사 스시집 같다. 바 테이블 (Bar Table)로 10석이 준비돼있다. 11시 개점 때부터 줄을 선다고 하니 예닐곱명씩 떼로 가기는 마땅치 않은 식당이다. 손님들도 대부분 2-3명씩 한 팀으로 찾는 듯했다. 메뉴는 돼지곰탕과 특 돼지곰탕 두 가지. 고기 양에 따라 보통과 특으로 나뉜다. 나는 보통을, 남편은 특을 주문했는데 보통도 고기가 많아서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깍두기와 갓김치를 개인 접시에 담아 먹을 수 있고 고기를 찍어 먹는 장 (된장+청양고추에 약간의 조미를 한듯)을 앞접시에 담아 준다. 그리곤 밥이 말아진 돼지 곰탕이 나온다. 국물 맛 깔끔하다. 맑은 국이 시원하고 풍미가 있다. 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득한, 얇게 저민 돼지고기를 장에 찍어 김치와 먹고 밥을 떠먹는다.


군더더기 없는 맛이다. 깔끔하고 시원하고 다 먹고 나면 든든해진다. 곰탕도 장도 김치도 모두 하나같이 맛이 있고 정갈했다. 개인적으로는 식탁에 반찬 가짓수는 많은데 딱히 맛난 것 없는 한식 백반 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옥동식은 딱 필요한 것으로만 구성됐다.


'옥동식'이라는 이름은 셰프의 이름에서 따온 것같다. 영문으로 옥동식이라 새겨진 셰프복을 입은 주인이 주문도 받고 밥도 내어주고 계산도 해준다. 주방 일을 도와주시는 다른 한 명과 둘이 가게를 운영한다. 작은 공간에 알뜰하게 선반을 달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 가게 자체가 깔끔하다.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이다. 말많은 패널들이 나와 잔뜩 떠드는 TV가 틀어져 있거나 라디오가 허공을 채우는 대부분의 곰탕집과 달리 트렌디한 음악이 깔리는 곰탕집이다.


충분히 입소문을 탈만한 곳이다. 맛과 분위기에서 '밥'의 소중함에 집중하는 주인장의 마음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식당이 부디 오래 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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