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_강릉 (1)
나는 원래 순두부를 좋아하지 않는다. 순두부는 뜨겁고 매운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영념하지 않은 흰두부는 무슨 맛에 먹는지 모르겠다 생각했다. 두부 자체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런데 지난 겨울, 강릉에 와서 먹은 초당순두부는 달랐다. 두부의 고소함과 살짝 매콤한 국물이 자연의 맛으로 달치근했다. 순두부가 그렇게 맛있는 줄 처음 알았다.
전혀 계획에 없다가 오늘 아침 무작정 강릉으로 향했다. 머리를 쉬게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비오는 고속도로, 길은 막히고 배는 고프고... 강릉 초당 순두부를 떠올렸다. 그래, 순두부를 먹자.
몇달 전 갔던 식당이니 당연히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정작 초당순두부 마을에 도착해서는 이 곳 저 곳 두리번 거리며 헤맸다. 결국 그 집을 찾지 못하고 문 앞에 보이는 '원조' 집으로 갔다.
허기는 채웠지만 선택은 실패였다.
원조란 본디 처음 레시피를 개발하고 최고의 맛을 위해 노력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주름살 마다 세상 살기의 고단함이 머물러 있어도 마침내 세월을 견뎌낸 '불굴의 의지'를 엿보게 하는 백발의 할머니가 중심을 잡고 그 자손, 혹은 심복의 젊은 에너지가 받쳐주는 그런 공간이다.
하지만 이 식당엔 돌아가신 창업자 할머니의 빛바랜 사진과 오래된 가구들이 자리할 뿐, 원조의 힘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원조 어르신의 자취가 오래된 식당에서 중요한 건 사람이 몰려 줄을 설 지언정 조화로운 맛과 정돈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이 원조 식당엔 그것이 없었다. 알바로 보이는 젊은 청년 세 명이 분주히 움직였지만 테이블은 비었는데 치우지 못한 그릇이 차지하고 있어 손님들은 자리에 앉지 못하고 번호표 들고 어정쩡 서 있었다.
순두부전골은 겨우 간을 맞췄을 뿐 너무나 평범했다. 순두부가 뭐 대단히 특별한 맛이 있는 건 아닐지라도 육수가 특별하다거나 매운 맛의 특징이 있다거나 하다 못해 상차림이라도 깔끔했어야 했건만... 반찬에 머리카락이 나왔지만 지쳐 허덕이는 종업원 불러 보았자 돌아오는 반응이 뻔히 보여 그냥 치워 두었다.
이 식당을 빛내준건 그나마 나의 허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