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미식여행
기나긴 추석연휴, 조금 일찍 부산에 내려갔다. 해운대에서 관광객 모드로 놀아볼 생각이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바닷가, 역시 첫날 메뉴는 회다. 보통 바닷가에서 회를 먹을때 바다가 보이는 번듯한 횟집은 잘 가지 않는다. 쯔끼다시 쫘악 깔리고, 돔 한마리에 이십만원쯤 하는 횟집은 그냥 재미없다. 회센터에서 빡세게 흥정하던가 '00호' 라는 간판이 붙은 선장네 횟집에서 그날 들여 온 막회가 오히려 내 스타일!
해운대에선 주로 미포항을 찾는다. 선장님네 자연산 막회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왔더니 이곳도 뭔가 시스템이 정돈 되었다. 1인당 25,000원이면 막회 한접시에 전복 멍게 산낙지 소라 등등의 곁들임이 서비스로 나온다. 어디나 비슷한 구성이다. 이곳 저곳 다니다 비슷비슷해 보여 만선호로 택했다. 줄돔, 감성돔, 성대, 도다리 등으로 한접시가 차려졌다.
바닷가 바로 옆에 허름하게 차려진 포장마차 스타일 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옆자리엔 대여섯살 딸과 함께 온 젊은 부부가 앉아 주식투자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둘 다 금융권에서 일하는 듯 싶었다.
도미, 광어 등 중량이 어느 정도 나가는 생선은 확실히 숙성회기 맛있다. 하지만 바닷가에서 먹는 자연산 막회는 싱그러운 바다의 물 맛과 사각거리는 식감이 일품이다. 그래, 이 맛이야!
[미친물고기]에서 내는 잘 숙성된 회도 맛있지만 이런 싱그러운 맛도 내가 좋아하는 맛이다.
회맛도 그렇지만 바로 옆 바다를 바라보며 그 바람을 맞으며 앉아 있다는 게 더욱 좋은지도 모르겠다. 미포항에 오면 돌아가신 시어머니 생각이 난다. 어머님과 함께 한 마지막 가족 식사 자리가 미포항이었기 때문이다. 생전엔 잘해드리지도 못했고 살가운 며느리도 아니었건만...
해운대에 올 때마다 미포항을 들를 것 같다. 얼마나 자주일지, 몇번이나 더 올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