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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선 Sep 20. 2017

너를 배틀에 초대한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오늘 아침, 일부 포케몬고 트레이너들에게 배달된 Exclusive Raid Battle 초대장. 9월 22일 00시에 체육관에서 열리는 배틀에 참여하라는 통지다. 보통은 체육관에 한 사람 힘으로는 깨기 어려운 CP가 높은 보스 포케몬이 출몰하면 그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누구나 레이드 패스 (=나이언틱의 돈벌이)를 입력해서 배틀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엑스 레이드는 초대받은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다. 보스 포케몬은 전설 중에 전설인 뮤츠!




예상했지만 아침부터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이 불이 났다. 경쟁적으로 자신이 받은 엑스레이드 패스를 올리며 자랑을 하는가 하면 같은 장소에서 초대받은 트레이너들을 모으고 있다. 오픈 채팅방은 너무 시끄러워(한시간에 채팅 수가 백개를 훌쩍 넘어서는...) 주말에만 잠깐씩 들어가지만 일단 오늘은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 '영등포 레이드 채팅방'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주로 스폰서 체육관 (롯데계열 세븐일레븐, 앤젤리너스 등) 에서 엑스 레이드가 펼쳐진다. 내가 참여하게 되는 체육관으로부터 초청 받은 사람들 모아 별도의 채팅방도 만들어 두었다. 이미 유튜브에는 미국에서 뮤츠 잡은 사람들의 경험을 담은 동영상이 수두룩하다. 동영상 링크를 나누며 뮤츠의 타격점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코멘트가 이어지고 있다.


포케몬고 게임에 레이드 배틀이 도입되면서 게임 지형이 완전히 바뀌었다.


우선, 포케몬고 하는 사람들의 폭넓은 동호회 그룹이 만들어졌다. 레이드 배틀 이전에는 체육관에서 다른 사람들이 배치해놓은 몬스터와 배틀을 하면서 경험치도 올리고 게임머니(=코인)을 벌기도 했다. 레이드 배틀은 이 체육관에 일정 시간동안 CP가 한참 높은 보스 포케몬을 뿌려주는 형태. 등급이 높은 보스 포케몬은 한, 두명이 깨기 어려울 정도로 CP가 높아서 10명 가까이 모아야 배틀을 할수가 있다. 각자 즐기고 있는 포케몬고 트레이너들을 정해진 시간에 체육관으로 모이게 해야한다. 이를 위해 카카오톡에 오픈 채팅방이 생겨났다. 주로 지역별로 결집됐다. 특히 내가 속해있는 영등포 레이드 채팅방은 참가자도 300명이 넘을 정도로 활성화됐다. 주말마다 만난 사람을 계속 만나다보니 이제 친해졌다. 때로는 차를 타고 인근 체육관을 돌기도 한다. 레벨이 오를 때마다 채팅방에 올려 자랑을 하며 멤버들의 성장 과정도 지켜본다. 초등학생부터 나이 든 어르신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진 풍경을 어디가서 또 볼 수 있을지.


또 한편으로 레이드 배틀은 하수 트레이너들이 쾌속으로 레벨을 올릴 수 있는 사다리 역할을 했다. 레이드 배틀에 참여해서 보스 포케몬을 한 번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레이드 배틀에 별 4개짜리 보스 포케몬 (마기라스, 괴력몬 등등)을 얻기 위해서 이전에는 125개의 사탕을 모아야 했지만 (아, 정말 지루한 과정이다...) 이제 레벨이 아무리 낮아도 한번에 구할 수 있다. 배틀에 참여하면 3천에서 1만 XP(경험치)를 얻게되니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을 상대적으로 쉽게 쌓을 수 있다. 또 배틀 후에 아이템을 얻게 되는데  '이상한 사탕'으로는 원하는 포케몬의 사탕으로 바꿀 수 있으니 해피너스 만들기 위해 10키로 알을 하염없이 부화시켜야 했던 것에 비해 손쉽게 희귀몬 진화가 가능하다.  


레이드 배틀에서는 고수가 하수의 트레이너를 도와가며 서로 협력해서 체육관을 격파하고 보스 포케몬을 함께 잡는다.  아무런 상관없이 지나쳤던 사람들을 만나 서로 격려하는 이상한 경험을 했다. 나이들어 빠지기에 좋은 게임이다.


이번주 금요일이 기대된다. 배틀 초대장을 받는 것이 은근 설레이게 한다. 어떤 트레이너들이 오게될지, 과연 잡을 수 있을 것인지... 나의 뮤츠여, 기둘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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