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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물고기 식당 문을 닫습니다.

by 이지선

미친물고기 쥔장, 이지선입니다.

라고 써놓고 한 참을 빈 공간만 바라 보았습니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 지 모르겠네요.


2년 반 전에 '노량진 회 배달' O2O 서비스로 시작되었던 [미친물고기], 이제는 여의도에서 숙성회를 파는 공간으로 자리 잡은 미친물고기의 도전을 이제 잠시 내려 놓기로 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여의도 홍우빌딩에 자리 잡은 [미친물고기] 식당 문을 닫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결심하기 까지 오랜동안 고민으로 머리가 지끈 거렸고 끝나지 않은 도전에 대한 미련과 좀 더 잘 할걸 하는 회한으로 마음이 저렸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 들 중에는 단골 식당을 잃었다고 서운해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분들께 너무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 분들 덕에 여기까지 왔다는 점은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O2O 서비스로 미친물고기를 시작한 이후 고객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갈증이 심했습니다. 처음 미친물고기 모델은 노량진 상인들과 연결하는 중개 서비스 였으니까요. 저희가 연구하고 고민해서 찾아낸 제철 해산물을, 가장 맛있는 방법으로 만들어서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미친물고기를 찾는 분들의 '맛있다!' 한마디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식당을 덜컥 시작한 제게 얼마나 큰 격려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돌이켜 보면, 많은 분들이 미친물고기의 숙성회와 해물라면에 큰 박수를 보내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기에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지난 2년 반동안 많이 돌아다니고 많이 찾아내고 많이 실험했지만 더 많은 팬들과 단골을 찾지 못했습니다.


"원래 스타트업은 될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하는 게 아니고 될 때까지 하는 사람이 성공을 하는 거야!"

늘 제가 외치던 말이었고 한 때는 정말 될 때까지 해보려는 마음도 먹었습니다. 하지만, 인생이 늘 그렇듯이 생각지 못한 상황과 만나게 되면, 또 다른 관점에서 선택을 하게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올해 초부터 스타트업들을 지원하는 인큐베이션 센터 일을 함께 맡아 왔는데, 아무래도 '겸직' 하면서 감당할 수 있는 만만한 일도 아니었고, 그냥 놓쳐 버리기에는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일이라 생각 되었습니다.


<이지선-미친물고기 식당> 과 <이지선 - 스타트업 인큐베이션>을 고민하다 후자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2018년부터는 판교에 있는 스타트업 캠퍼스 오즈 인큐베이션 센터일에 전념할 생각입니다.


미친물고기는, 제 인생 최고의 도전이었습니다. 최고로 담대한 도전이며, 최고로 난이도도 높았습니다. 많이 배웠고 느꼈습니다. 그래서인지 너무나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오프라인 식당은 마무리를 하지만, 온라인은 어떻게 살려 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리되면 다시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동안의 미친물고기 경험들은 이곳 브런치에서 함께 나눠 보려 합니다. 제가 게을러 지지만 않는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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