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좋다"
"글쓰기'가' 좋다"
우리는 [은/는]과 [이/가]의 차이를 얼마만큼 알고 있을까? 언제, 어느 상황에서, 어떻게 다르게 쓰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강아지'는' 귀엽다"
"강아지'가' 귀엽다"
두 문장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모국어가 한국어인 우리는 이 차이를 단번에 알아챌 수 있을까? 한국말을 가르칠수록 보물 찾기를 하는 것 같다. 그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해 왔던 모국어인데, 한국어를 가르치고 나서부터는 평생 알지 못하고 사용해 왔던 한국말의 신비한 비밀이 자꾸 발견된다. 보물을 찾으면 “와! 내가 이것도 모르고 한국말을 그냥 사용해 왔던 거야?!” 무릎을 탁! 친다. 배우는 사람보다 가르치는 사람이 더 많이 배운다는 사실을 매일 체감한다. 도대체 한국 사람들은 '주어' 뒤에 쓰이는 [은/는]과 [이/가]를 어떻게 다르게 사용해오고 있던 걸까?
먼저, 내가 말하고 싶은 문장이 ‘일반적인 사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으면 주어에 [은/는]을 쓴다. 그리고 ‘내 개인적인 생각(느낌)’임을 강조하고 싶으면 [이/가]를 쓴다.
“글쓰기는 좋다” (일반적인 사실로서 문장을 강조 : Writing is good)
“(나는) 글쓰기가 좋다” (개인적 의견으로서 문장을 강조 : I love Writing)
“강아지는 귀엽다” (일반적인 사실로서 문장을 강조 : 너도 알지? 강아지들은 귀엽잖아? 그렇지?)
“(나는) 강아지가 귀엽다” (개인적 의견으로서 문장을 강조 : 어머~ 강아지가 귀엽다!)
“글쓰기'가' 좋다”라는 문장에서 주어인 ‘글쓰기’에 ‘가’가 쓰인 이유는, 사실 ‘진짜 주어’인 “나는”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외국인 학생에게 설명할 때, 우리가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서 배운 ‘보조사’, ‘격조사’라는 어려운 용어로 설명하지 않는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는 ‘국어’와 다르다. 외국인 학생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야 한다. 나는 [은/는]은 “진짜 주어(Real subject particle)”, [이/가]는 “보조 주어(Assistant subject particle)”라고 설명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오!!”하며 단번에 이해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동안은, 아니 6개월에서 1년 간은 계속 헷갈려한다. 한국인의 발화 특성상 ‘주어’와 ‘주격조사’, ‘목적격 조사’, 장소 뒤에 쓰이는 조사 ‘-에’를 생략하고 말해서 외국인 학생들은 [은/는]과 [이/가], [을/를], [-에] 등 각종 조사 사용을 한동안 계속 헷갈려한다.
*주어와 각종 조사를 생략하고 말하는 한국인의 발화 특성*
“어디 가?” → “OO은 어디에 가?”
“아~ 날씨 좋다!” → “아~ 날씨가 좋다!”
“너 뭐 마실래?” → “너는 뭐를 마실래?”
“아메리카노 마실래” → “나는 아메리카노를 마실래”
모국어가 한국어인 우리는 자연스럽게 습득해 왔기 때문에 이런 차이를 생각하지 않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어를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외국인은 '한글 자음 모음 읽기'를 떼고 가장 먼저 배우는 문법, [은/는], [이/가], [을/를]부터 혼란이다. 처음부터 좌절감을 주고 싶지 않은 나는, “일단 말하세요! 말하면서 습득하세요!”라고 말하면서도, 되도록 조사를 다 넣어 말하도록 연습시킨다. 처음부터 조사 사용을 무시하면, 이 습관은 나중에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특히, 한국에서 오래 살았지만 제대로 된 한국어 교육을 받지 않은 중국인 학생들과 재외국민인 한국인 아이들의 글쓰기에서 쉽게 고쳐지지 않는 점을 보았다. “나는 취미가 없다”라는 문장을 “나 취미 없다”라고 쓴다. ‘는’과 ‘가’. 단 두 글자의 조사일 뿐인데 있고 없고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 “나 취미 없다”는 어딘가 예의 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잘못된 습관이 고착되기 전에, 처음부터 조사를 꼭 넣어서 말하고 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에게 소중한 보물'이' 하나 있다.
그 보물'은' 아버지의 일기장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
그 음식'은' 떡볶이다."
앞서 살펴본 [은/는]과 [이/가]의 첫 번째 비밀, ‘일반적인 사실’로서 강조하느냐 ‘개인적 의견’으로서 강조하느냐 차이만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위의 새로운 예시들을 보자. 각 예문의 첫 번째 문장과 두 번째 문장 모두 주어가 같다. 그런데 왜 첫 번째 문장 주어에는 ‘이’가 쓰였고, 두 번째 문장 주어에는 ‘은’이 쓰였을까? 아래의 새로운 예시도 보자.
“이름'이' 뭐예요?”
“제 이름'은' OOO이에요”
“취미'가' 뭐예요?”
“제 취미'는' 달리기예요”
감이 잡혔을까? 더 혼란스럽기만 하나?
그러게? 왜 우리는 같은 주어인데 언제는 [은/는]을, 언제는 [이/가]를 쓰는 걸까? 한국말이 이렇게나 어려운 언어였나. 가르치는 나도 정말 어려워서 머리를 쥐어 잡는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써온 우리는 몰랐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주제에 대해 ‘첫 대화’를 시작할 때, 그 주제가 되는 주어 뒤에는 [이/가]를 쓴다.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같은 주어 뒤에 [은/는]을 사용한다.
“나에게 소중한 보물'이' 하나 있다. → 지금부터 ‘내 소중한 보물’에 대해 말할게~!
그 보물'은' 아버지의 일기장이다.” → 두 번째 언급부터는 [은/는] 사용
“취미'가' 뭐예요?” → 지금부터 ‘취미’가 대화 주제야~!
“제 취미'는' 달리기예요” → 두 번째 언급부터 [은/는] 사용
내 앞에 점점 말이 없어지는 외국인 학생 얼굴이 보인다. 나는 아차차! 다시 의욕을 불러일으키고자 박수를 치며, “괜찮아요!! 한국 사람들 다 알아들어요!!! '은/는/이/가' 쯤! 소통에 전혀 문제가 안 돼요!!”를 크게 웃으며 외친다. 그래서 한국말을 배운 지 6개월 정도 된 학생부터 [은/는/이/가]의 두 번째 비밀을 알려준다. 그러면 학생의 눈이 점차 동그래지고 밝아지면서 외친다! “오!! 이제야 알겠어요!! 이런 비밀이 있었다니! 명확해졌어요!!” 하지만 이제야 알겠다는 그 학생도 여전히 한동안은, 아마 계속 헷갈려할 것이다. 나는 다시 희망의 밑밥을 깐다. “처음에는 헷갈리는 게 당연해요! 한국 사람들도 언제 [은/는/이/가]를 다르게 사용하는지 명확하게 알지 못해요. 그냥 습득했거든요! 아마 한국말로 쓰인 책을 많이 읽으면서 어떤 문맥에서 [은/는/이/가]를 다르게 사용하는지 자연스럽게 습득해야 할 거예요.”
처음, [은/는/이/가]의 비밀을 발견했을 때가 떠오른다. 나 역시 외국인 친구들처럼 눈이 별안간 크게 떠지며 나도 모르게 오마이갓을 외쳤다. 한 번도 살면서 인식해 본 적 없는 부분이었다. 평생 무의식적으로 사용해 온 [은/는/이/가]에 이런 비밀이 있었다니! 나라는 한 인간의 사유를 평생 담당해 왔던 모국어에 대해서 나는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하는구나.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곧 우리의 생각과 철학이 되고, 한 사람의 생을 만든다. 우리가 평소에 어떤 단어와 말투, 삶의 언어를 사용하는지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칠수록 나는 나의 모국어를 새롭게 배운다. 내 모국어에 숨겨진 비밀을 하나둘씩 발견할수록 나의 우주가 커지는 기분이다. 한국어 강사로 일하며 나의 설레는 보물 찾기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