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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S Jul 04. 2019

자기 계발서, 왜 읽으세요?


나는 자기 계발서를 읽지 않는다. 스무 살에 해야 할 것 OO가지, 서른이 되면 읽어야 할 OO, 마흔부터 시작하는 OO 등등...의 제목으로 시작하는, 서점에 갈 때마다 너무나 쉽게 눈에 띄는, 서가 중에 가장 좋은 자리에 위치한 베스트셀러 타이틀을 달고 있는 책들.


보통 자기 계발서를 저술한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과거의 환경에서 스스로의 선택으로 성공을 맛본 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타인에게 효과적으로 알려주기 위해 책으로 정리해 낸 것들이 대부분인데, 그때의 환경과 지금의 환경은 너무나 다를뿐더러 해당 작가와 그것을 읽는 독자의 자산, 계급, 성향, 배경, 인간관계 등 모든 환경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이것을 많이 읽어서 성공하겠다는 마음가짐은 백면서생의 일장춘몽과도 같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기 계발서를 읽고 인생이 바뀌었다고 한다.(내가 직접 본 케이스는 없다. 혹시 모르니까) 이게 사실이라면 자기 계발서가 완전 무용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래도 이상하다. 로또의 확률처럼 정말 특정 소수 인물들에게만 효과가 있을 뿐인데 왜 자기 계발서는 매달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처럼 쏟아지고, 항상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꿰찰 수가 있을까?


자기 계발서의 주된 내용이라 함은, 긍정, 계획, 목표, 달성, 성취, 반성, 반복, 성실과 같은 우리 사회에서 미덕으로 통용되는 단어들로 쉽게 표현할 수 있다. 누구나 성공하기 위해 갖추어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진리와도 같은 가치들.

하지만 지난한 학창 시절과 직장, 사회에서 요구하는 노오력을 해봤던 사람이라면 저런 가치들이 책과 같은 이론만으로 습득되는 것이 아니란 걸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성공하고 싶고,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고, 따라하고 싶어한다. 더 쉽고, 더 간단하게.


위에 나열한 가치들을 영화 매트릭스 네오처럼 뒤통수에 케이블을 꽃고 데이터를 입력해 바로 습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애석하게도 답은 경험이다. 직접 자기 행동으로 체득하여 배운 경험. 자기 계발서에 나오는 미사여구로 가득 찬 이론들은 한 인간에 의해 실천되고 그 경험을 통해 스스로 얻어내지 않는 이상 흰 종이 위의 까만 지렁이일 뿐이다.


자기 계발서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소설이 무가치하다 여기는 사람도 있다. 후자들의 견해란 소설은 허구일 뿐이며 우리 실생활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망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고전 소설 또한 부화뇌동하여 집어 들었다가 이내 내팽개치는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허세'로 대표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소설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보면 반은 맞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읽거나, 인터넷에 떠도는 요약 등을 보고 '나도 그거 봤는데, 별거 없던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내용에는 관심 없고 표지가 예뻐서 책을 사는 사람도 있으니까.

소설은 인간의 상상으로 만들어낸 픽션이다. 하지만 거기에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 있고 삶이 있다. 그들은 우리와 비슷하게 행동하고 우리와 비슷하게 실패한다. 소설 속 캐릭터와 사건은 나를 비추는 거울로 기능한다. 타인의 목소리보다는 거울을 통해 보는 내 행동과 생각이 나의 다음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인간의 행동 패턴을 변하게 하는 것은 타인의 목소리가 아닌 자신 내면의 목소리다. 교과서처럼 좋은 이론들을 머리에 직접 주입하려는 방식보다는, 다른 인물을 거울로 활용해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간접적인 방식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타인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마이웨이를 하란 말이 아니다. 진심어린 태도로 이야기하는 조언이라면 너무나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하고 있는 자기계발서들처럼 자신의 성공담에 취해 그것이 진리인 양 설파하는 책들은 오히려 독자를 혼란스럽고 허탈하게 만든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 싶다.


진정한 스승은 길을 알려주지 않는다. 스스로 길을 찾게 만든다. 자기 계발서와 고전 소설 둘 다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어떤 책이든 몰입의 차이가 그것에 대한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내일부터 어떤 책을 읽을지, 판단은 오로지 책을 읽는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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