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작가란 무엇인가 - 파리 리뷰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by HJS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쉽게 지나치기 어려울 것이다. 책을 안 읽는 사람들 조차 이름을 알고 있는 세계적 명성을 가진 작가들의 인터뷰 모음집이라니! 거기에 작가 리스트가... 이건 월드사커 역대 베스트 11 선정급 라인업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모든 작가의 내용이 흥미롭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던 이유는 내가 좋아했던 작가에겐 약간의 실망을, 작품에 별 관심 없던 작가의 작품은 결제를 했다는 점이었다.

세계적 명성을 가진 작가들과 대화할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 이미 널리 알려진 작가들이 인터뷰에 신물이 나서 웬만한 질문은 넌덜머리가 날 정도로 지겨울 거라는 것, 더구나 작가라는 직업이 예민이라는 패시브 캐릭터를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몇몇 작가 특히 헤밍웨이 편은 웃기면서도 인터뷰어가 불쌍할 정도였다.

인터뷰어들도 파리 리뷰 잡지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로 심지어 동일한 작가, 문학 비평가, 대학 교수 등 글로 밥 벌어먹는 사람들인데 헤밍웨이는 인터뷰 내내 까칠하고 무성의한 태도로 인터뷰어를 비꼬고 면박을 준다. 하지만 자신의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가 너무나 확고하고 명확하고 소설을 쓴다는 행위에 자부심, 그것을 통해 삶속에서 기쁨을 느낀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또 아쉬웠던 작가는 하루키, 평소 좋아하는 작가를 물어보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작가여서 기대를 많이 했지만, 인터뷰에 약간 무성의하게 대답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나 소설가로서의 철학이 약간 느슨하다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타 작가들에 비해서, 하루키 전에 나온 움베르토 에코와 오르한 파묵의 인터뷰 내용이 너무 뛰어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비교적 그의 최신 작들을 더 좋아하는 입장에서 인터뷰 시점이 예전이라 최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어 아쉬웠다.


유명 작가들이 불세출의 천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인터뷰에서 '역시 천재들은 뭔가 다르군'하고 끝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삶 뒷면을 볼 수 있어 꽤 인상적이었다. 평범한 한 인간으로서 창작을 위한 엄청난 압박과 고통,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는 것을 실제 작가들의 입을 통해 들음으로써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현실을 반영 하지만 현실에서 벗어나서는 안 되는, 사실이 아닌 이야기지만 사실보다 더 사실 같아야 하는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무게감, 소설을 씀으로써 자신이 존재한다는 의식으로 안도하는 이 사람들이 나는 한편으론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포크너의 말을 빌리자면, '예술가란 악마가 몰아 대는 피조물이지요. 악마가 왜 그를 선택했는지 그는 모릅니다. 소설가는 대개 너무 바빠서 왜 그런지 궁금해하지도 않습니다. 그는 소설을 마치기 위해 아무에게서나 훔쳐오고, 빌려오고 구걸하고, 빼앗아온다는 점에서 도덕과는 완전히 관계없지요.'

처음은 까칠했지만, 단순한 질문에도 자신의 작가관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창작의 고통을 간결하고 재미있게 표현해준 포크너의 내용이 가장 인상 깊었다.


소설을 써야만 삶에 이유가 주어지고 그것이 삶을 움직이는 동력이 되었던 것일까, 한 인간의 생에 이 정도의 압박이란 어느 정도일지 나로서는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삶을 짓누르는 압박을 버텨내기 위해 이 책의 작가들은 대부분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정신을 맑게 한 상태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집중해서 쓰기에 임했다.

한 작품이 작가로부터 태어나 한 독자에게 닿기까지의 과정이랄까, 이런 기획을 짜고 실행한 파리 리뷰가 대단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작가들이 작품을 이렇게 썼으니까 거기에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한번쯤 소설가를 동경하고 꿈꿨거나 이 책에 나오는 작가의 작품을 인상 깊게 봤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추가로 김연수 작가의 추천사도 인터뷰 내용 못지않게 너무 멋진 글이다.




소설가들은 상상을 통해서 또는, 스스로 경험한 원재료를 가공해 현실과 다른 세계를 창조한다. 그것은 마치 거울 같이 좌우 반전된 모습을 비추는 것처럼 실제를 비추는 것 같지만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더 진실하고 완전히 새로운 것들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책리뷰)목걸이 - 기 드 모파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