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고 작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구글에 검색을 했다.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인도계 미인 같은 작가의 사진을 제외하고는 위키백과에도 작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이 아니었다면 아마 평생 알 수 없었던 작가가 아니었을까.
그녀의 단편들에는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온기가 있다. 단편 속 캐릭터들은 서로를 향해 상처되는 말을 던지고, 남편 모르게 일탈을 저지르거나, 불륜을 저지른다. 간질병을 가진이를 차별하고 몰아세운다. 하지만 작가는 이 캐릭터들에 대한 어떤 선과 악의 역할을 부여하지 않는다. 그저 그들이 모두 인간이라는 것에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레이먼드 카버가 현실적 서민 계층의 삶 속에서 인간 삶에 대한 가능성을 그렸다면, 줌파 라히리는 이민자들의 나라 미국에서 인도계 미국인으로서 그들이 겪은 어떤 향수를 바탕으로 인간의 불가해한 삶, 그것에 대한 희로애락을 이야기한다.
그녀의 작품은 주변 인물들에 의해 영감을 받은 것 같은, 겉보기에 단순한 플롯처럼 보이지만 어떤 장편에서도 느끼기 힘든 깊은 여운을 준다. 옮긴이의 표현인 '천의무봉'보다 더 임팩트 있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 힘은 작가의 천부적 재능에 의한 것이라고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그 재능은 너무나 부러운 것임에 동시에 너무나 감사한 것이다. 팔십 년가량의 지루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소설을 읽는 것이기 때문이다. 매주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지만 결국 또 소설에 손을 대게 만드는 이유를 다시금 깨닫는다. 독자로서 이 작품의 절륜함에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었고 전혀 알지 못했던 작가를 알게 됨에 한번 더 행복함을 느꼈다.
수록된 모든 작품이 좋았지만 세 가지를 추리자면 <일시적인 문제>, <섹시> 그리고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륙>이다. 단편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두말 않고 모든 작품을 추천하고 싶다. 이 중 가장 좋았던 작품을 꼽자면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륙>이다. 작가의 아버지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는 이 작품은 인도를 떠나 미국이라는 나라에 정착하고 가족을 꾸린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백 년이 넘게 산 크로프트 할머니와의 대화, 자신의 뿌리인 인도 문화와 미국인으로서 경험하는 양 문화 간의 차이와 융화되어가는 과정, 인도계 미국인 가정을 꾸려가는 묘사는 마치 내가 그 삶을 경험한 것 같은, 생경함을 느끼게 한다. 수없이 많은 이민자들의 향수와 눈물이 섞여 피어낸 미국이라는 꽃은 이 작품을 읽은 후에 다르게 느껴진다. 그들이 이뤄낸 보통의 평범한 성취, 그것은 어쩌면 개인에게는 기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