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라나의 유명한 첫 문장이 생각났다. 이 작품은 인간의 심리가 얼마나 약하며 쉽게 흔들리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게 피어난 의심과 오해로 가족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쉽게 허물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보여준다.
어린 여자 아이가 실종된다. 그날 밤 아이를 돌보았던 10대 청소년 키이스는 곧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평소 자신의 아들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아버지 에릭에게 키이스의 작은 거짓말은 의심과 오해를 깃들게 한다. 이 의심으로 에릭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겼던 ‘두 번째’ 가족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에릭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 어머니와 동생의 죽음을 ‘첫 번째’ 가족에서 경험했다. 그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실패한 인생’ 같아 보이는 형 워렌뿐이다. 좋은 아내를 만나 두 번째 가족을 이룬 에릭에게 현재의 가족은 자랑이며 그의 자긍심을 유지하는 토양이다. 유일한 걱정거리는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아들뿐.
친구가 없고, 늘 의기소침하며 어깨가 처져있다. 혼자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를 하거나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닌다. 자신이 생각하는 아들로서의 가치에 적합하지 못한 키이스는 에릭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 티를 내지 않기 위해 표현한 공허한 위로와 대화는 부자간의 관계를 오히려 멀어지게 만들었다. 키이스가 유력한 용의자가 됐을 때, 에릭은 자신의 아들을 범인이라 의심하고 오해의 씨앗을 키운다. 자라난 씨앗은 에릭을 좀먹는다. 결국 그는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고, 아버지가 보험금을 노린 가족 살해 계획을 세웠으며, 형이 소아 성애자였다고 확신한다.
자신의 모든 추정과 의심들이 진실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던 키이스, 모든 화살이 자신을 향해있을 때, 심지어 자신의 부모가 더 자신을 의심할 때, 오직 혼자서 버텨냈어야 할 작은 아이가 불쌍했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의심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이는가. 에릭의 두 가족 이야기를 통해 인간 사이의 의심과 오해가 어떤 창, 칼 보다 폭력적인 위험으로 변할 수 있다는 문제를 보여준다.
에릭은 자신이 피어 올린 의심의 불꽃으로 주변 모든 것을 재로 만드는 파국을 맞는다. ‘모두가 오해를 풀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같은 결말이 아니라 좋았다. 실제 오해와 의심이 인간을 어떻게 나락으로 떨어트리며 그로 인해 부서진 관계는 절대로 되돌릴 수 없음에 대해 나름 현실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이 씁쓸한 결말이 실제 우리의 삶이며, 직면한 문제를 회피하고 편하게 의심한 죄에 대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