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 이승우

by H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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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에 첫 출간된 이 소설이 20년도 더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전혀 이질 감 없이 읽힌다. 오히려 현재 시대에 더 강하게 와 닿는 메시지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이 책은 삼십 대의 한 남자가 자신 안의 독을 인지하고, 인정하고 괴로워하다 이내 그것을 삼켜냄으로써 마감한 스스로의 기록이다. 소설 속 임순관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논리적으로 변호하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얼핏 단단해 보이는 이 논리들은 궤변이다. 오로지 자신의 테두리 안에서만 작동하는, 자신이 더럽고 역겨운 것이라 정의한 것들을 혐오하는 임순관 자신이 구축한 이 궤변은 사회에 어울릴 수 없는, 자신의 욕망을 정상적으로 발현하지 못하는 사회 부적응자의 반복적인 자기 합리화이다. 이 문장들은 임순관 스스로를 독에 취하게 하는 최면처럼 느껴지는 동시에 독자를 현혹시키는 섬뜩한 메시지이다.


독자는 그의 기록에 따라 사건을 재구성한다. 그를 따라가다 보면 이 기록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점차 모호해지는 순간이 온다. 어쩌면 대필작가 임순관은 자신의 욕망을 발산시키기 위해, 정당화하기 위해 상상의 인물들을 만들어 낸 것일까라는 의혹이 생긴다.


영화 <조커, 2019>에서 비슷한 아서 플랙이 있다. 코미디언으로서의 실패, 어머니의 거짓말, 믿었던 우상으로부터의 배신, 이웃집 여자에게 품었던 욕망 모두 스스로 만들어낸 착각이었다.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못한 독은 그의 씨를 발아시켰고 그를 조커로 만들었다. 임순관 역시 마찬가지로 꿈과 현실에서 계속되는 욕망, 그에 반하는 자기혐오로 그것이 자신의 신체 안에서 소화되지 못했다. 그의 독은 몸속에 찌꺼기처럼 쌓여 물러 터진 욕창처럼 그를 좀먹었다.


‘악마는 우리들의 마음속에 살고 있긴 하지만, 언제나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그 악마를 키우고 악마에게 손과 발을 주는 것은 이 세상의 공기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싶었다’(작가의 말)




범죄자들 대부분은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한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들로서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그들의 세계에선 그것이 최선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물어야 하는 질문은, ‘그가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그는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이다.(p.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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