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가 미성년이란 말인가
인간이 만든 가이드라인, 법에 따라 인간은 두 부류로 나뉜다. 미성년, 그리고 성년. 나이가 차면 자연스레 성년이 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성년의 한자 이룰 성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인간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다.
극 중 대원은 미희와 불륜 관계이다. 자신의 가정이 있음에도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는 행위를 뜻하는 불륜, 사랑이야 성욕이야?라고 따져 묻는 아내 영주의 물음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얼버무리는 남자는 참으로 미성숙해 보인다. 병원에서 자신의 딸을 보고도 허둥지둥 도망치는 대원은 권리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하는 생각보다 너무나 많은 미성숙한 이 시대의 어른들을 대변한다.
그의 상대 미희 또한 미성숙하다. 불륜 상대를 ‘마지막 사랑’이라 저장해 놓을 정도로 중년의 나이에도 아직 소녀 같은 사랑을 꿈꾸는 어찌 보면 순진하고도 불쌍한 미성년이다. 상대의 아이를 임신했지만 자기 딸에게 애써 감추지 않는 모습은 자신의 사랑에 대한 당당함인가, 아니면 멍청할 정도로 순진한 것인지 헷갈린다. 아이를 잃은 후에도 끝까지 자신의 상대를 믿지만 이내 깨닫는다. 결국 자신 옆에 앉아있는 사람은 너무나 커버린 딸 윤아라는 걸. ‘내가 엄마를 좀 좋아하게 해 주지 그랬어.’라는 말을 듣고 어찌 오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영주 또한 불륜 상대가 누군지 직접 제 눈으로 확인하려 가게까지 찾아가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에게 싹싹하게 대하는 미희의 뺨다구를 휘갈기거나 머리채를 잡지 못한다. 소심한 분노의 표출로 툭 밀친 힘에 밀려 넘어진 미희를 병원까지 실어다 주고, 병원비를 계산하고, 나중엔 죽까지 쒀다준다. 고등학생 딸을 가진 부모인 그녀의 심리는 마치 사춘기 소녀 같은 모습이다. 남편의 외도를 추궁하지만 말로 쏘아대는 것으로 끝이며, 긴 머리를 과감히 자르는 것으로 자신의 심리를 대변한다. 한편으론 남편의 상대가 자신보다 별로인 여자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흔들리는 눈동자로 운전해 미희 가게를, 병원을 찾아간다.
두 여자의 두 딸 주리와 윤아는 부모 사이에 얽힌 악연을 제들끼리 해결하려 분투한다. 각자의 부모에게 쏟아내지 못하는 분노를 서로에게 발산한다. 강화 유리를 부술 정도로 몸싸움과 악다구니를 쓴 후에야 자신들 선에서는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내 깨닫는다. 금지된 관계에서 태어난 남자아이를 매게로 그들의 관계는 급변한다. 미숙아로 태어난 못난이가 인큐베이터에서 쌕쌕 사투를 벌이듯이, 열일곱 소녀들은 미성년처럼 어리숙한 제 부모들의 책임지지 못할 행동으로 너무 일찍 사회에 내던져져 버렸다. 인큐베이터도 존재하지 않는 이 가혹한 현실에서 소녀들은 각자의 상처를 나름의 방식으로 치료한다.
모든 문제의 원인처럼 보였던 못난이는 자신을 만들어낸 두 성년에게 현실을 깨닫게 한다. 자신의 역할을 다 했다는 듯이, 이내 약한 숨을 꺼트린 아이는 공교롭게도 뒤틀린 두 가정을 어느 정도 원래대로 돌려놓는다. 그리고 미성숙한 부모들에게 기만당한 두 소녀를 위로하고 오직 두 소녀만이 축복받지 못한 짧은 생을 추모한다. 그들만의 위령제는 다소 기괴스럽지만, 열일곱 미성년들이 감내해야 했던 마음씀과 미성숙한 어른들로 이루어진 이 사회에 비하면 어쩌면 아마도 긍정적인 순수한 행위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