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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S Oct 04. 2020

99%가 좋아하는 1%의 이야기

<그들> - 조이스 캐롤 오츠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특히 신화적 이야기, 그중에서도 언더독의 반란을. 시궁창 같은 현실에서 높은 꿈으로 승천하는 신화. 그것은 99%에 속하는 자신이 언젠가 1%가 될 수 있다는 달콤한 꿈이자 고단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알코올이며 그렇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지옥 같은 현실에서 필요한 모르핀이기 때문이다. 조이스 캐롤 오츠의 <그들>은 웬들 일가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 하층 계급이 겪는 비극에 대해 서술한다. 실제 인물로부터 받은 편지에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 작가의 말을 통해 독자는 실제 줄스와 모린을 상상하며 그들의 경험을 체현한다. 미국의 짧은 역사를 대변하는 것 같은 가족의 이야기는 ‘그들’이라는 건조한 제목을 통해 외부에서 바라보는 백인 빈민층이라는 특정 계급과 그들이 사회 구조상 직면할 수밖에 없는 비극에 대해 그린다. 디트로이트 자동차 공장의 뿌연 회색 연기처럼 그을린 그들의 삶, 자신만의 방식으로 남의 것을 취함으로써 계급 상승을 꿈꾸는 모린, 꿈같은 사랑을 만났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체험하는 그녀와의 계급. 아이러니하게도 좀체 알 수 없는 불안한 심리의 그녀에 의해 죽을 고비를 넘긴 좌절된 줄스가 택한 삶은 방황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더럽혀졌다 여기는 삶을 스스로 정화하기 위한 최면은 디트로이트 폭동에 참여하는 선택을 만든다.


오츠 선생님께 보낸 모린의 편지를 넣음으로써 사실성을 강조한 장치를 굳이 세월이 흐른 후에 다시 발문을 쓴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 실제와 허구를 뒤섞으며 이야기의 깊이를 묵직하게 하는 파이 이야기, 속죄, 내 목소리가 들려와 같은 방식과는 또 다르게 느껴진다. 그들의 이야기는 직접 체험한 사람들이 아닌 이 소설을 읽을 다음 세대, 그들에게 남기는 역사의 기록이자 유산이다. 황무지에서도 들꽃은 자라듯이, 무너진 잔해에서도 희망은 존재한다. 그래서 오늘도 사람들은 신화적 이야기에 취한다. 빈민 백인 계급에서 ‘랩 갓’이 된 8마일의 에미넴, R&B 소울 음악의 중심이 된 모타운 레코드. 빛나는 그들의 신화 뒤편에 회색 연기로 사라진 ‘그들’ 또한 있었음을, 지금도 어디엔가 존재하고 있음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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