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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수 Aug 31. 2022

비행기는 번개를 맞아도 괜찮아요?

[질문 있어요! #27] 잡다한 비행 이야기 일문다답


안 괜찮다. 잘못 맞으면 큰일 난다. 따라서 조종사는 뇌우를 동반한 강한 썬더스톰 구름을 피해서 운항해야 한다. 하지만 상업용 비행기가 항상 좋은 날씨에만 비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비구름 속에서 가끔씩 번개에 맞는 일이 생긴다. 미국의 통계에 따르면 상업용 비행기 한 대당 일 년에 평균 한 번 정도 번개에 맞는다고 한다. 실제로 1963년에 팬암항공 B707 항공기가 번개에 맞아 연료탱크가 폭발한 사고가 발생했었는데, 이를 계기로 번개로부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번개 보호(Lightning Protection)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고 미국 연방항공청(FAA)에서 항공기 제작을 허가하는 기준도 보다 엄격해졌다.


번개 보호(Lightning Protection) 기술이란?


충분히 겁을 주었으니 이번에는  안심시켜야 하지 않겠나? 상업용 비행기는 번개로부터 어느 정도 비행기를 보호할  있도록 만들어졌다. 맑은 날에만 비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순항중 고고도의 썬더스톰은 조종사들이 회피를 하면서 운항하기 때문에 번개에 맞을 경우가 거의 없다. 번개를 맞는 경우는 주로 5,000피트~ 15,000피트 사이의 저고도이며 착륙을 위한 강하 , 혹은 이륙  상승 중에 발생한다. 저고도에서 강한 강수와 동반하여 발생하는 번개는 고고도의 썬더스톰 속에 번뜩이는 번개에 비해 강도가 약한 편이다. 번개 보호 설계가  되어 있는 비행기라면  단계에서 번개에 맞아도 대부분  피해 없이 계속 안전하게 비행할  있다.

 

번개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비행기의 표면이 전기를 잘 흘려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번개는 보통 비행기의 끝부분, 예를 들어 날개 끝(Wing tip), 노즈(Nose), 레이돔(Radome: 비행기 노즈에 레이더를 둘러싸고 있는 둥근 표면) 등에 맞기 쉬운데, 반대쪽 끝까지 기체 표면을 따라 흘러 공기 중으로 다시 빠져나가게 된다. 따라서 표면은 매끈하고 전도율이 좋아야 한다. 전기가 부드럽게 흐르지 못해 도중에 응집되어 버리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 동체는 일반적으로 전도율이 높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전기가 흐르는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조종면처럼 합성 재질(Composite)로 만들어진 부분은 전기가 잘 통하는 섬유 재질을 섞어 전기가 잘 흐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 대신 첨단 소재로 기체를 제작하는 최신 항공기는 더욱더 이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


또한, 전기가 기체 표면 위에서만 흐르고 내부의 기계장치로 흐르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 기체 표면의 틈새, 연료 주입구, 여러 가지 해치나 구멍 등을 통해 전기가 내부로 흐르지 않도록 처리해야 하고, 번개가 흐르는 표면과 가까이 있는 부품들은 외부의 전기 충격으로부터 보호받도록 쉴드 처리 되어야한다. 기체 표면을 잇고 고정시키는 수천 개의 리벳들도 표면의 전기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장착되어야 한다. 전기가 부드럽게 흐르지 못해 응집되면 충격으로 대미지를 입히거나 스파크를 일으켜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 즉, 전기가 비행기 내외부에 피해를 주지 않고 부드럽게 표면을 타고 공중으로 방출되도록 설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비행기가 번개에 맞으면 소총이 발사되는 듯한 섬뜩한 폭음이 발생하고 순간적으로 섬광이 번뜩인다. 번개에 맞은 표면에는 상처가 생기는데, 불과 3cm~4cm 정도의 덴트(Dent)만 생겨도 무시무시한 폭발음과 섬광이 발생한다. 전기가 비행기 내부에 직접 충격을 주지 않더라도 순간적으로 강력한 자기장을 형성하여 비행계기나 전자장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비행기가 번개에 맞으면 착륙 후 반드시 정밀 검사를 해야 한다.


나는 25년 동안 딱 두 번 번개에 맞아봤다. 한 번은 부기장석 창문 바로 아래 부분에 맞았는데, 워낙 가까운 부분에 맞아 폭발음이 엄청났다. 가까이 앉은 부기장은 충격으로 헤드셋이 벗겨져 날아가고 몇 분 동안 멍하니 정신을 못 차렸었다. 또한, 강한 자기장 때문에 조종실 계기 전체가 한 번 껌벅하더니 디스플레이 화면들이 흑백으로 바뀌거나 무지개색으로 변했었다. 과장 좀 해서 미사일에 맞은 느낌이었다. 또 한 번은 꼬리 쪽에 맞아 소리는 요란했지만 다행히 조종실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아마도 꼬리 쪽에 앉은 승객이 대신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승무원과 직원들을 붙잡고 번개에 맞아 너무 무서웠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스태틱 디스차저(Static Discharger)는 번개 보호용이 아니다.


비행기 날개와 꼬리날개 끝에는 안테나 같은 작은 봉들이 여러 개 달려있는데, 이것은 정전기를 흘러 보내는 스태틱 디스차져(Static Discharger)이다.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피뢰침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번개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장치이다. 구름 속에서는 수적(물방울)들이 정전기를 일으킨다. 또한, 물기가 없어도 기체와 공기의 마찰이 정전기를 일으킬 수 있다. 정전기도 전기다 보니 기체에 뾰족한 부분으로 모이게 되는데, 통신, 항법 안테나 같은 돌출된 부분으로 흐르면 노이즈를 일으켜 비행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기체 끝에 뾰족한 침봉들을 여러 개 달아 정전기들을 흘러들어오도록 유도하여 공중으로 방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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