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왕노
[210819] 벌레 / 김왕노
그저 우리 벌레가 되자
풀잎 하나만으로도 호의호식을 하는
물방울 하나가 평생 우물이 되는
더듬이 하나만으로도 서로를
더듬으면 우주에서 가장
찌릿찌릿한 전기가 통해서 까무러치는
명분이고 체면이고 없이
우리 이대로 손잡고 잠들었다가
갑충도 좋지만 푸른 애벌레라도 되자
서로 앞서기니 뒤서거니
사랑의 괄약근으로 이완과 수축하면
우리의 날개가 돋는 풀잎 끝으로
그저 우리 마른 껍질만 남기고서
푸른 하늘 속으로 들어가서
영영 종적을 감추는 벌레나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