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필사

[210826] 쓸쓸한 향기

by. 심재휘

by NumBori


[210826] 쓸쓸한 향기 _ 심재휘

봄날 그 향기들이 그러하듯이

나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꽃은 시들도록 열심히 피었을 뿐입니다

내가 오랫동안 바람 속에 앉아 있는 동안에도

여러 꽃들이 연달아 피고 졌던 것처럼

내 몸을 제 香으로 스미고 흩어진 사람들

어디에선가 머리 위로 눈물 같은

구름을 피워 올리겠지만 그때

아무 냄새도 없는 구름들은 슬픈 짐승처럼

내게로 걸어와서 또 걸어나가겠지만

내 몸에 쌓인 그대들의 나는 오늘

나는 한없이 쓸쓸한 향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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