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필사

[211017] 겨울 일기

by. 문정희

by NumBori


겨울 일기


ㅡ 문정희, 시집 <어린 사랑에게>


나는 이 겨울을 누워서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

염주처럼 윤나게 굴리던

독백도 끝이 나고

바람도 불지 않아

이 겨울 누워서 편하게 지냈다

저 들에선 벌거벗은 나무들이

추워 울어도

서로서로 기대서 숲이 되어도

나는 무관해서

문 한 번 열지 않고

반추 동물처럼 죽음만 꺼내 씹었다

나는 누워서 편히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이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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