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허연
내 뒷모습 - 허연
다른 사람 카메라에 찍힌
내 뒷모습을 보며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하필 왜 그때 너는
하얀 부표처럼
천변에 서 있었는지
왜 하필 장마였는지
또 수년이 흐른 오늘
쏟아지는 비를 보며 생각한다
왜 하필 그날 절룩거리는 운명이
송곳니처럼
내 목을 죄어왔는지
취중에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눈 끝이 뜨거워지는 나는
이생에서 또 이렇게 상스럽다
체머리 흔드는 벌을 받으며
왜 또
술잔을 받아 드는지
두 시간째 빗줄기를 바라보며
자꾸만 생각한다
운명이 어느 순간을 만들었고
그 순간들이 내 오랜 뒷모습이 됐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