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필사

[221019] 내 뒷모습

by. 허연

by NumBori


내 뒷모습 - 허연



다른 사람 카메라에 찍힌

내 뒷모습을 보며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하필 왜 그때 너는

하얀 부표처럼

천변에 서 있었는지

왜 하필 장마였는지


또 수년이 흐른 오늘

쏟아지는 비를 보며 생각한다


왜 하필 그날 절룩거리는 운명이

송곳니처럼

내 목을 죄어왔는지


취중에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눈 끝이 뜨거워지는 나는

이생에서 또 이렇게 상스럽다


체머리 흔드는 벌을 받으며

왜 또

술잔을 받아 드는지

두 시간째 빗줄기를 바라보며

자꾸만 생각한다

운명이 어느 순간을 만들었고

그 순간들이 내 오랜 뒷모습이 됐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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