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필사

[221030] 천령

by. 유홍준

by NumBori


천령 / 유홍준



개오동나무 꽃이 피어 있었다

죽기 살기로 꽃을 피워도

아무도 봐주지 않는 꽃이 피어 있었다

천령 고개 아래 노인은

그 나무 아래 누런 소를 매어놓고 있었다

일평생 매여 있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안 태어나도 될 걸 태어난 사람이 살고 있었다

육손이가 살고 있었다

언청이가 살고 있었다

그 고개 밑에 불구를 자식으로 둔

애비 에미가 살고 있었다

그 자식한테 두들겨 맞으며

사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 개오동나무 꽃이

그 고개 아래

안 피어도 될 걸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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