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유홍준
천령 / 유홍준
개오동나무 꽃이 피어 있었다
죽기 살기로 꽃을 피워도
아무도 봐주지 않는 꽃이 피어 있었다
천령 고개 아래 노인은
그 나무 아래 누런 소를 매어놓고 있었다
일평생 매여 있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안 태어나도 될 걸 태어난 사람이 살고 있었다
육손이가 살고 있었다
언청이가 살고 있었다
그 고개 밑에 불구를 자식으로 둔
애비 에미가 살고 있었다
그 자식한테 두들겨 맞으며
사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 개오동나무 꽃이
그 고개 아래
안 피어도 될 걸 피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