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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mBori Feb 04. 2023

[230204] 석류

by. 정지용


[230204] 석류 / 정지용


장미꽃처럼 곱게 피어 가는 화로에 숯불,

입춘때 밤은 마른풀 사르는 냄새가 난다.


한 겨울 지난 석류열매를 쪼기여

홍보석 같은 알을 한알 두알 맛 보노니,


투명한 옛 생각, 새론 시름의 무지개여,

금붕어처럼 어린 녀릿녀릿한 느낌이여.


이 열매는 지난 해 시월 상 달, 우리 둘의

조그마한 이야기가 비롯될 때 익은 것이어니.


작은 아씨야, 가녀린 동무야, 남몰래 깃들인

네 가슴에 졸음 조는 옥토끼가 한 쌍.


옛 못 속에 헤엄치는 흰고기의 손가락, 손가락,

외롭게 가볍게 스스로 떠는 은(銀)실, 은실.


아아 석류알을 알알이 비추어 보며

신라 천년의 푸른 하늘을 꿈꾸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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