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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mBori Feb 24. 2023

[230224] 추억

by. 김기림


[230224] 추억 /김기림


종다리 뜨는 아침 언덕 위에 구름을 쫓아 달리던

너와 나는 그날 꿈 많은 소년(少年)이었다.

제비 같은 이야기는 바다 건너로만 날리었고

가벼운 날개 밑에 머―ㄹ리 수평선이 층계처럼 낮더라.

 

자주 투기는 팔매는 바다의 가슴에 화살처럼 박히고

지칠 줄 모르는 마음은 단애(斷崖)의 허리에

게으른 갈매기 울음소리를 비웃었다.

 

오늘 얼음처럼 싸늘한 노을이 뜨는 바다의 언덕을 오르는

두 놈의 봉해진 입술에는 바다 건너 이야기가 없고.

 

곰팡이처럼 얼룩진 수염이 코밑에 미운 너와 나는

또다시 가슴이 둥근 소년일 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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