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설정식
[230223] 달 / 설정식
바람이
모든 꽃의 절개(節介)를 지키듯이
그리고 모든 열매를 주인(主人)의 집에 안아들이듯이
아름다운 내 피의 순환(循環)을 다스리는
너 태초(太初)의 약속이어
그믐일지언정 부디
내 품에 안길 사람은 잊지 말아다오
잎새라 가장귀라 불고 지나가도 종내사
열매에 잠드는 바람같이
바다를 쓸고 밀어 다스리는
너 그믐밤을 가로맡은 섭리여
그 사람마저 나를 버리더라도 부디
아름다운 내 피에 흘러들어와
함께 잠들기를 잊지 말아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