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필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umBori Feb 23. 2023

[230222] 고향 앞에서

by. 오장환


[230222] 고향 앞에서 / 오장환


흙이 풀리는 내음새

강바람은

산짐승의 우는 소릴 불러

다 녹지 않은 얼음장 울멍울멍 떠내려간다.


진종일

나룻가에 서성거리다

행인의 손을 쥐면 따뜻하리라.


고향 가까운 주막에 들러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

양구비 끓여다 놓고

주인집 늙은이는 공연히 눈물지운다.


간간이 잔나비* 우는 산기슭에는

아직도 무덤 속에 조상이 잠자고

설레는 바람이 가랑잎을 휩쓸어간다.


예 제*로 떠도는 장꾼들이여!

상고(商賈)*하며 오가는 길에

혹여나 보셨나이까.


전나무 우거진 마을

집집마다 누룩을 디디는 소리, 누룩이 뜨는 내음새……



* 잔나비: 원숭이

* 예 제: 여기저기

* 상고: 장사


매거진의 이전글 [230221] 겨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