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윤동주
[230802] 돌아와 보는 밤 - 윤동주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 두는 것은 너무나 괴로운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연장(延長)이옵기에-
이제 창을 열어 공기를 바꾸어 들여야 할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보아야
방 안과 같이 어두워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던 길이
그대로 비 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 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思想)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