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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mBori Aug 04. 2023

[230802] 돌아와 보는 밤

by. 윤동주

[230802] 돌아와 보는 밤 - 윤동주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 두는 것은 너무나 괴로운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연장(延長)이옵기에-


이제 창을 열어 공기를 바꾸어 들여야 할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보아야

방 안과 같이 어두워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던 길이

그대로 비 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 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思想)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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