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안리타
[200711] 연인 / 안리타
나른한 밤, 은은한 조도 아래 당신의 등을 꼭 끌어안으며 잠이 들어도 참 포근하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곧장 내 전부와 같은 뒷면을 자주 바라보게 된다. 어쩌면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당신이 아니라 당신을 제외한 모든 감정, 그러니까 슬픔 외로움 고단함 노곤함, 이런 것이 한데 어우러져 어두운 색을 뒤섞으며 살아가는, 소란스러운 그림자니까.
사랑 혹은 완전한 고독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한 번의 의심의 여지도 없이 나로서 온통 얼룩진 이 삶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보다 더 살아 있음을
그리고 충만함을 느껴본 적 없으니까.
그리하여 그 거리에서
당신의 그 어둡고 외로운 세계를 스스로 지켜내고자 한다면, 우리는 이미 가장 가까운 연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