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박인걸
[200717] 찬비 by 박인걸
을씨년스런 초겨울 비에
간당간당하던 나뭇잎들이
힘없이 곤두박질 칠 때
내 가슴 한 편이 서늘하다.
못 다한 시간들을 아쉬워하며
잎들은 저항(抵抗)할 틈도 없이
붙잡았던 손을 놓아야 하는
낙엽의 마지막길이 슬프다.
어지럽게 널린 잎들은
우아함은커녕 빗물에 젖어
초라한 몰골로 나뒹구니
단풍잎 신세가 너무 가엽다.
삶이란 과연 무엇이든가
품위(品位)도 위엄도 유린된 채
순식간에 곤두박질쳐야 하는
가랑잎 같은 것이던가.
겨울을 재촉하는 찬비가
잎들을 쓸어 가던 날
생(生)의 깊은 사념(思念)들이
내 안에서 피고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