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병일
[200813] 별자리 by 이병일
용머리 해안, 벼랑이 올라오는 난간에 서서
가까스로 크게 날숨을 내쉰다, 노을에 반짝거리는 것들아
절벽 늑골에 떨어져 죽은 갈까마귀들아
저 혼자 수평선을 지우고 오는 어스름 속에서
나는 금빛 모래와 길의 상처를 좋아하는 저녁이고
날벌레 간질간질 달라붙는 검은 털의 짐승이 아닌가
어깨 위 백골 문신의 고독이 번쩍번쩍 맑아질 무렵
이 폐허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줄무늬 뱀 때문이 아니다
벼랑을 집요하게 붙들고 이우는 저 노을 사이
내 목을 치는 파도의 검 (劍)이 번쩍거리고 있는 까닭이다
머리통이 없는 나는 목 없는 자유를 얻었다 저기, 저
해안가로 핏물 퍼져가는 추상(醜相)이 보인다
부서져야 잘 보이는 것들 속에서
올올 풀리는 저녁이 나를 별자리로 뜯어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