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울퉁불퉁 뚝배기 Oct 18. 2020

아들 육아에 헬로 카봇들의 합체와 분리 방식을 써본다

아들이 헬로 카봇 보여 달라고 폭풍 울음을 한 날

둘째인 아들은 어린이 국산 변신로봇 애니메이션 헬로 카봇을 매우 좋아한다. 매년 생일,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등에 주변에서 선물로 사주시니 헬로 카봇 장난감이 제법 모였다. 해외에 있을 때는 베이블레이드라는 부품 교체가 가능한 금속 팽이에 푹 빠졌다가 마블 어벤저스 캐릭터에 빠지더니(이건 내가 아들이 잠들기 전에 어벤저스 캐릭터 하나하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들이 좋아하게 된 경우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헬로 카봇으로 컴백했다.

아들이 좋아하는 카봇들을 직접 전시하다

헬로 카봇은 다른 국산 변신로봇 애니메이션 또봇 보다 스토리가 더 밝고 영상이 더 깔끔하다. 심지어 악당들도 우애가 깊은 형제고 귀엽게 나오니 어린 남자 애들에게는 인기가 더 많은 것 같다. 친근감과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인지 항상 나이를 안 먹는 초등학생 1학년 아이 차탄이가 주인공이다(뜻: 차를 탄 아이, 차탄 아빠는 차산, 뜻: 차를 산 남자, 차탄 엄마는 전다해, 뜻: 모든 걸 다하는 여자). 벌써 시즌 9. 매 시즌 등장하는 카봇이 여러 대 새롭게 등장하니 개인이 다 모으려고 작정한다면 100개를 모아야 될 듯싶다. 개당 5만원 내외고, 어떤 건 10만원 이상하니 나를 포함한 부모들의 부담이 제법 될 것이다. 심지어 차탄이는 매번 시계를 돌려서 시즌마다 새로운 카봇을 소환하니 어느 남자아이가 카봇 하나에 만족하겠는가.

현실 부모들의 주적 주인공 차탄이는 혼자서 카봇들을 소환한다

아들은 코로나19로 집에 있으면서 유튜브 키즈로 헬로 카봇을 거의 매일 보면서 시즌별로 살짝 다른 주제곡도 구분하기 시작했다. “아빠, 그 노란 카봇 나온 노래 틀어줘”(시즌 8 오프닝곡), “아빠, 원래 카봇 노래 틀어줘”(시즌 1 오프닝곡).

아이언맨 포즈인가 카봇 소환 포즈인가

문제는 아들이 유튜브를 자주 보다 보니 원래도 급한 성격이 더 급해졌다는 점이다. 쉽게 손가락으로 다음 에피소드를 넘길 수 있으니 아들의 일상생활에서도 안 좋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아빠 노래 틀어줘”했는데 내가 제대로 된 곡을 신속히 안 틀어주면 0.5초만에 폭풍 울음을 장마처럼 세게 쏜다. 카봇들도 애니메이션에서 이렇게 빨리 무기를 쏘지 않는다.


결국 나와 아내는 아들의 초고속 울음의 원인 분석을 했다. 일단 유튜브가 1차 문제인 것으로 파악했다. 일단 주 1회만 보여주기로 결정. 며칠 동안 추이를 지켜보니 확실히 화를 내는 횟수나 한 번에 우는 시간이 좀 줄었다.


하지만 또 하나의 변수. 최근 몇 주간 아내가 바빠서 애들을 제대로 못 보다 보니 아들의 경우 더 엄마 해바라기가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가 나타나면 더 떼를 쓴다.


어느 날 아들은 갑자기 저녁 밥상에서 헬로 카봇을 보여달라고 한다. 엄마가 달래 보지만 아들은 막무가내. 무슨 생각인지 고집을 부린다. 카봇 1호인 내가 나선다. 나는 손쉽게 해결하려는 (하지만 번번히 실패하는) 육탄전 육아 담당. 따다 따다다 잔소리 발사. 아들은 나의 공격 패턴에 익숙한지 울음 피치를 더 올린다. 카봇 2호 엄마의 구원 등판. 시간이 (매우) 걸리는 보듬는 육아 담당. 차근차근 설득하는 느릿느릿한 음파(진동 공격) 발사. 하지만 역시 복지부동. 아들은 울음을 멈추려 하다가 다시 운다. 성난 파도와 같다.


부부 각개 로봇으로는 안된다. 드디어 부부가 합체할 시간. 지지지익....!!!

카봇들이 합체할 땐 언제나 번개가 번쩍!!!

이제 합체된 둘이 동시에 아들 상황을 종료시켜 본다. 자연스럽게 나 한 마디, 아내 한 마디 한다. 아들이 계속 징징거리면 TV(집에는 넷플릭스만 있어서 헬로 카봇이 몇 편 없다)도 못 본다고 한다. 아내는 계속 울면 이번 주에 못 본다고 한다. 부모의 초강력 회오리바람을 쏘니 아들이 울음을 어느 정도 멈춘다. 그리고 당근(필살기)를 사용할 차례. 아내와 나는 이번에는 아들에게 화제 전환 및 칭찬. “주말에 사촌들 만나서 노는 게 진짜 카봇이지,” “안 울면 일요일에 카봇 볼 수 있어” 이제 아들 울음이 멈춘다. 아들은 부모의 리액션이 썩 마음에 안 들지만 그럭저럭 상황 종료. 그리고 우린 다시 분리. 원래 카봇 합체는 에너지 소모가 많으니 오랜기간 합체된 상태로(특히 내가 힘들다) 계속 유지하기가 어렵다.


진정된 아들은 저녁밥을 먹고 누나랑 잘 논다.


오늘은 부부 합체 카봇의 활약으로 상황 종료. 내일은 우리에게 또다른 새로운 모험(?)이 기다리고 있겠지. 차탄이는 속 편하겠다. 그저 카봇을 소환해서 악당들과 싸우게 하면 되니.


딸 육아 관련 글:

https://brunch.co.kr/@jitae2020/9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