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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Sep 22. 2020

초등학생 딸이 유튜버가 되고 싶어 한다

나에게는 너무 일찍 찾아온 딜레마

얼마 전 밥상에서 초등학생 딸이 “나 유투버 할래”했다. 아내는 눈이 동그랗게 커지고 나는 머리의 온 신경이 곤두섰다.

딸에 발언에 대한 엄마 + 아빠 반응 = 스파이더맨의 커지는 흰 눈 + 신경의 초집중

나는 머릿속에서 즉각적으로 어린이 흉악범죄, n번방 등이 떠올랐고, 세상에 온갖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하면 완화해서 딸한테 설명해야 하는지 고민데까지 걸린 시간은 총 3초. 그리고 운을 뗐다. “너 얼굴이 노출되면 이상한 사람이 집 앞까지 올 수 있어” 그랬더니 딸도 1초 만에 반격. “문을 안 열어주면 되잖아.” 추가로 내가 “아직 이르다” 개념을 계속해서 설명하지만 그럴수록 딸의 눈은 가열이 되어갔다. 분노의 이글 아이.

딸은 눈에서 레이저 쏘는 액스맨 사이클롭스

각자 자기만의 확고한 신념을 가져 충돌하는 부녀 사이에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이번에도 아내가 참전한다. 아내는 딸이 왜 유튜버가 되고 싶은지 먼저 물어봤다(딸이 친구랑 다이어리, 수첩 꾸미는 과정을 유튜브로 보여주고 싶다고 함). 그리고 아내 왈 “엄마 친구들 딸들도 유튜버인데 얼굴 가리고 목소리만 하던데, 그건 어때?” 이미 딸은 아빠의 따다따다 떨어지는 비말에 기분이 상했고 음성만 내세운 유튜버는 성에 차지 않는다. 딸은 밥을 얼른 먹고 소파로 간다. 나중에 딸은 엄마에게만 내가 유튜브 촬영 같이 하자고 했었다고 기억을 끄집어낸다(내 기억을 더듬어 보니 포틀랜드 가서 딸과 유튜브 하자고 말했으니 내게 원죄가 있다).


아내와 나는 다시 한번 엑스맨의 프로페서 X와 마그니토의 논쟁을 다시 한다. 세상을 좋게 보는 프로페서 X처럼 아내는 딸이 못하게만 말하면 삐뚤어진다고 말한다. 나는 세상을 흑과 백으로 보는 매그니토답게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있고 작정한 한 명이 딸뿐만 아닐 우리 가족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을 것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한다. 나는 아무리 보호막을 해두어도 결국 뚫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세계관의 평행선이다.

영화 엑스맨 시라즈에서 두 사람간 전쟁은 두 사람의 이념 차이에서 비롯된다

결국 부부가 타협한 것은 일단 딸 친구들만 볼 수 있게 허용하고 목소리만 들리게 하기로. 몇 년 후에는 허용하기로. 물론 딸은 당연히 만족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 대화를 딸이 중학생이 되면 꺼낼 이야기라 생각해서 그런지 내심 놀랐다. “She’s five years too early” 아니 우리가 벌써 이런 대화를 해야 하나... 그리고 또 하나는 나의 어릴 적 경험으로 딸의 어릴 적 경험에 대한 조언은 어떤 면에서는 무용지물 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즉 , 부모가 경험한 세계와 자식이 경험하는 세계 자체가 다르다. 우리는 수동적으로 텔레비전을 보고 전화를 집(마루)에서 받았다면, 딸은 능동적으로 자기 의사를 전 세계에 표현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데 무작정 유튜버를 못하게 하기는 어렵다.

어벤저스 엔드게임 에인션트 원이 헐크에게 시간여행으로 온 과거 시점이 잘못되었다고 할때 한말

차라리 딸이 반려견이나 금붕어(or 악어??)를 사달라고 할 때가 나아 보인다. 적어도 그건 우리가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하거나 아는 세계이니.


몇 년후에는 둘째인 아들도 또 다른 새로운 문제를 가져올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처럼 물만 있는 행성에서 거대한 파도 뒤에 더 거대한 파도가 우주선(부모)을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부모는 정답없이 거대한 해일 앞에 있는 우주선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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