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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Sep 08. 2020

딸 학교안내문자 지운 아내 때문에 30분 고생한 남편

배우자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면 내가 고생한다

코로나19로 요새 딸이 집에서 학교 과제를 하고 있다. 요새 예비 백수로 살고 있는 나는 딸이 숙제하는 동안 옆에서: 1) 숙제를 간간히 봐주면서, 2) 브런치에 무엇을 쓸지 구상하거나 글을 쓰거나, 3) 졸고 있다(사실 3번이 가장 많이 하는 일).

아빠가 옆에 있어서 딴짓을 못하는 딸

지난주 수도권의 2.5단계 연장으로 자가 수업도 9월 20일까지 연장되었다. 하아... 오늘 아침까지 잊고 있다가 오늘 오전에 딸이 무얼 해야 하는지 확인하는데 이번 주 수업 안내가 없다. 아뿔싸.


일단 9월 20일까지 재택수업 안내를 해준 아이엠스쿨 앱을 확인해봤다. 급식만 업데이트되어 있다. 알림장을 눌러보니 “받지 못한 알림장이 있다면 학교에 재전송을 요청해주세요” 패스. 다음, 가정 통신문을 눌러보니, “받지 못한 가정통신문이 있다면 학교에 재전송을 요청해주세요”. 패스. 다음, 주간 학습을 들어가 보니 “받지 못한 주간 학습 게시물이 있다면 학교에 재전송을 요청해주세요”

아니 왜 급식 항목만 업데이트되???

전에 한번 학교 전화 프로세스를 겪은 나로서는 가급적 전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 예전에 EBS 사이트 접속 관련하여 물어봤더니, 교무실> 담임선생님> 아내>나에게 빙 돌아 연락이 되어서 이번에는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싶었다.


일을 하고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해보니 학교 안내 문자를 지웠다고 한다. 아니, 평소에는 안 지우던 문자를 왜 지우지? 게다가 학교 문자를?? 아내는 천진난만하게(?) 학교에 전화해보면 되지 않냐고 한다. 위 단락을 설명하기에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없다. 일단 전화를 끊었다.


심호흡한 후 학교에 전화를 했다. 일단 딸 반을 눌렀다. O학년 O반이면 “0000#” 근데 신호가 가다가 끊긴다. 다시 전화해서 행정실이냐 교무실이냐 1초 고민하다가 교무실을 눌렀다(아직 학교 시스템에 익숙지 않은 1인). 교무실에서는 학년와 반을 먼저 물어보신다. 그리고는 내가 다급하게 이번 주 안내문 못 받은 상황을 설명했더니 담임선생님이 오늘은 재택이시니 내 연락처를 남기면 연락을 주신단다.


5분 후 담임선생님의 연락이 오셨다. 다시 상황을 말씀드리니, 좀 당황하신 듯. 이미 안내 문자가 갔는데 왜 이 학부모는 연락을 하는지 의아해하시는 목소리이다. 그래도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학교 초소에 가시면 과제물 수령하실 수 있어요.”


결국 난 학교로 바로 뛰어갔다. 미드 24시 주인공 잭 바우어가 시간과의 싸움으로 항상 뛰어다니듯이 나도 마음이 급해졌다. 오랜만에 학교에 가려니 헷갈려서 학교 후문 쪽으로 가려다가 방향을 틀어서 발 빠르게 축지법으로 이동하는 한편 입으로는 식빵 언니 김연경처럼 열심히 “@₩&”#%” 시전 하면서 갔다.

식빵 언니는 욕한게 아닙니다

헉헉... “O학년 과제물 받으러 왔어요” 인자하신 학교보안관께서 과제물을 주신다. 살짝 초소 안을 보니 과제물 몇 개 더 있는 게 보인다. 안 가져간 가족이 있나 보다. 거기도 나와 같은 사람이 있으려나. 난 앞으로도 아내가 문자 지울걸 대비해 “다음 주도 학교 안 가는데 혹시 다음 주 과제물은 언제 나오나요” 했더니, 보안관께서 해맑은 미소로 문자로 안내가 간다고 하신다. 아... 네...


난 과제물을 가지고 돌아와서 EBS 시청하는 딸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다시 철퍼덕 앉아서: 1) 숙제를 간간히 봐주면서 2) 브런치에 무엇을 쓸지 구상하거나 글을 쓰거나 3) 졸고 있다의 반복. 뉴 노멀 삶의 반복이다.


슬램덩크 안 감독(아내), 평소처럼 문자 지우지 마. 안 그러면 조재중 선수(나)가 고생해.

조재중: 안감독님, 잘못하셨죠?

그리고 학교에서도 학급 과제물 수령 일자와 장소를 문자뿐만 아니라 학교 홈페이지와 앱 등에다 안내를 해주면 좋겠다. 그래야 적어도 부모 한 명이 제대로 자녀 과제물을 챙겨줄 수 있지 않을까(아니면 우리 집만 그런 건가).


왜 아내가 슬램덩크 안 감독이고 내가 조재중 선수인지 글:

https://brunch.co.kr/@jitae20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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