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울퉁불퉁 뚝배기 Nov 18. 2020

구직자들: 2020년 대한민국 보고서

2220년 대한민국을 통해 본 2020년 대한민국

얼마 전 영화 “구직자들”(감독 황승재)를 봤다. 최근에 개봉한 따끈따끈한 영화여서 몇 년 지난 영화를 다루는 뒷북 감상평 영화 매거진에는 부적절할지도. 그럼에도 이 영화가 대한민국의 많은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다 보니 성격상 이 매거진에 포함될 수는 있을 것 같다.


아쉽게도 상영되는 곳이 몇 개 없었다. 아내가 지인을 통해 이 영화를 알게 되었고, 사회학을 공부하고, SF물을 좋아하고, 현재 구직자인 나에게 보라고 권유해서 나는 당일에 바로 가서 봤었다. 내가 가서 본 날 관객은 아마 20-30명 정도였을 것이다.


이 영화는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초청작이자 2020 춘천영화제 한국독립SF 경쟁작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영화 팸플릿 중):

2220년 대한민국,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인공들로 인해 인간들이 설자리는 점점 더 줄어든다.

아픈 아이의 비싼 병원비를 감당해야 하는 진짜 인간(정경호 분)은 원본에게 버려진 젊은 인공(강유석 분)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함께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거리를 헤매며 대화를 이어가는 두 남자. 하지만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서로에 관한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참고로 인공은 복제인간, 원본은 인간을 뜻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무거운 현실적인 영화. 큰 사회적 변화 속에서 사회적 안정망의 혜택도 못 받는 구직자들의 힘겨운 삶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흥미롭게 잘 본 영화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시대에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어쩌면 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가 맞지 않을 수 있다.




**이하 약한 스포주의**


- 시기는 먼 미래인 2220년이고 인공이 등장하지만 사실 영화는 2020년 대한민국 현실, 특히 구직자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SF영화라고 하지만 시각적으로 SF 볼거리는 거의 없다. 하지만 SF영화에서 등장하는 주제를 담고 있다.


- 시작부터 영화 톤은 무겁다. 새벽 인력시장에서 일거리를 찾는 구직자들의 모습과 이들의 개별 인터뷰를 보여준다. 영화의 반은 버디 무비 형식, 반은 다큐 형식으로 구직자들 처한 현실과 이들의 생각을 보여준다.


- 삶에 찌든 인간과 해맑은 청년 인공은 우연히 만나서 구직 활동을 하러 돌아다니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 끊임없이 서로 이야기하는 한국 남자판 비포 선라이즈 3부작이라고 해야 하나.

왼쪽이 인공, 오른쪽이 인간

- 인간은 한 때 잘 나가던 회사원이었는데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정규직, 계약직, 일용직 삶을 사는데, 이 사람의 삶이 하향 나선이다. 아픈 아이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을 찾지만 구하기 쉽지가 않다.


- 젊은 인공은 순수하다. 일을 하면 인간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공의 고민하는 부분은 다른 SF 영화들의 복제인간들의 고민과 유사하다. 아놀드 슈워제너거의 6번째 날(2000년) 등.


- 어떻게 보면 이 둘은 주인공은 아니다. 실제로 인터뷰에 응한 일반인들이 진짜 주인공이다. 이분들은 솔직하게 구직 활동에 대한 어려움, 꿈, 고민 등을 털어놓는다.


- 영화가 중간에 살짝 지루해지지만 반전이 있기 때문에 그럭저럭 수습을 잘하였다. 둘의 대화를 잘 듣다 보면 반전을 일찍이 알아채는 관객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영화가 끝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자본주의(경쟁사회)는 이제 한계가 아닌가.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이 있는지. 사회적으로 외면받는 자들에 대한 사회안전망 예산은 어떻게 확보해야 하고 어떻게 더 촘촘히 구축해야 하는가...


주로 화려운 볼거리가 많은 SF영화를 보지만 그래도 가끔은 무거운 현실적인 영화를 보고 싶은 분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