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동차로 들어가기 위해 고공침투를 시도하지만 실패하다.
슈퍼 검사자 유치원생 아들은 반년 동안 코로나19 검사를 3번이나 받았다. 3번 다 음성이니 슈퍼 음성자라고 불려야 하나.
첫 번째 코로나19 검사는 귀국해서 2주간 자가격리 중 받았던 검사. 두 번째 검사는 동네 병원에서 독감주사와 예방접종 두 종을 모두 몰아서 총 3방을 맞고 아들이 열을 40도를 찍어서 인근 대학병원 가서 검사를 받았었다. 그리고 최근에 아들이 추운 날 놀이터에서 너무 오래 놀았는지 열이 오르기 시작. 오전에 동네 병원에 가서 받은 약이 효과가 없다. 그날 저녁 다시 인근 대학병원행. 응급실은 고열 환자를 안 받는다고 한다. 병원 주차장에 세워진 컨테이너 진료실로 안내한다. 컨테이너 진료실에서 두어 시간 기다린 후 아들은 코로나19 + 독감 검사를 다 받았다. 결과는 모두 음성. 그렇지만 아들의 열은 6일간 계속되었다.
다행히 진료를 예약한 날 하루 전에 열이 잡히긴 했지만 일단 진료 예약이 되어있으니 가기로 했다.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병원 주차장은 바글바글했다. 주차 요원이 철골 주차장으로 안내했는데 주차 공간의 폭이 좁아 삐뚤게 주차한 차가 꽤 있었다. 그리고 왜 이렇게 대형차들이 많은지... 난 여유공간이 있다고 판단되는 벽면을 끼고 주차했다. 이것이 내 크나큰 실수인 줄은 진료가 끝나고 돌아와서 깨닫게 된다.
내 차 옆에 하얀색 K5가 10cm도 안 되는 만큼의 여유 공간을 놔두고 주차했다. 나는 차와 차 사이에 한쪽을 보면서 서 있을 순 있었지만 몸을 회전할 공간이 안 나온다. 그리고 차문은 열리지만 들어갈 수가 없다. @#%$*&!!! 욕이 나온다. 바람이 매섭지만 어쩔 수 없이 아들을 밖에다 세워놓고 난 내차로 다양한 침투 작적을 시도해본다. 먼저 문을 열고 왼쪽 발을 집어넣어 본다. 하지만 다른 다리나 내 몸통이 못 들어간다. 다음, 트렁크를 열어본다. 아... 내 차는 SUV가 아니지... 스키 집어넣을 작은 사각형 공간만 열린다. 다음. 벽면쪽으로 침투... 는 애당초 불가능하다. K5 옆 공간보다 더 좁다. 내 머릿속으로는 차 유리라도 깨고 들어갈까 생각해보지만 이건 오히려 집에 갈 때 나나 아들이 더 추워서 감기 걸릴 판이다. 일단 작적을 바꾸기로 하고 몸이 작은 아들을 문 위쪽으로 해서 차 안으로 집어넣는다. 그러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나도 고공침투를 해보자고. 차 보넷을 밟고 올라가서 다리를 집어넣는다. 두 다리는 침투 성공. 문제는 내 몸통이다. 아무리 좌우로 흔들어도 들어가질 않는다. 뱃살이 문제라면 숨을 참겠는데 내 허리둘레가 34+ 인치이다 보니 꿈쩍 안 한다.
마지막으로 아들한테 시동을 걸어보라고 한다. 적어도 시동이 걸리면 선루프를 통해서 나의 침투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시동 켜서 사고 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을 텐데 당연히 아들이 아무리 힘을 주어 돌려도 시동이 걸리지가 않는다. 결국 갑갑한 마음에 아내에게 SOS 통화를 한다. "@#%$*&!!! K5 때문에 집에 못 가고 있어!!!!"라고 신세 한탄했다. 아내가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차를 버리고 집에 일단 가라고.
주차 요원에게 가서 K5 차주 좀 불러달라고 했지만 K5 차주는 소식이 없다. 결국 나는 고공 침투 역순으로 아들을 꺼내서 다시 주차 요원에게 돌아가서 차를 놓고 갈 때니 옆 K5가 빠지면 연락을 달라고 한다. 아들과 난 택시를 잡으로 병원 밖으로 나왔다. 이럴 땐 꼭 머피의 법칙이 적용된다. (머피의 법칙이란 "하려는 일이 항상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위키피디아). 택시가 안 잡혀서 카**택시를 불렀더니 몇 분 지나도 안 오다가 택시로부터 전화가 온다. 내가 있는 곳과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좀 더 기다려보라고 한다. 바람은 계속 부니 더 기다릴 수 없어서 취소했더니 취소 수수료 2000원이 발생했다는 메시지가 뜬다. 하아... 기다리는 동안 일반 택시가 몇 대나 지나갔는데... 평소 카**택시를 탈 일이 별로 없는 난 콜 하고 1분이 초과해서 취소하면 수수료가 자동 결제되는 것도 몰랐었다. 다행히 조금 더 기다려보니 택시가 잡혀서 집으로 돌아왔다.
몇 시간 후. 여전히 주차 요원으로부터 연락이 없다. 오후 5시 넘으면 차들이 슬슬 빠질 거 같아 가보기로 했다. 가보니 불구대천지원수인 K5는 사라지고 없다. 측은지심을 가진 주차 요원분은 나를 다행히 기억하시고 통근 진료 시 4시간 주차비 무료를 초과한 나에게 그냥 보내주신다.
다행히 아들은 감기가 더 악화되지 않았고, 난 무리해서 몸을 차에 욱여넣다 보니 근육통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