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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Dec 24. 2020

과거의 나: 크리스마스가 생일이 아니면 케이크 먹지 마

오늘 저녁 모두 케이크 잘 드시고 따뜻한 성탄절 보내세요

이제 하루 뒤면 크리스마스다. 나는 한동안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 스쿠르지처럼 “Bah! Humbag!”을 했던 적이 있다.


난 크리스마스 자체가 싫어서가 아니라 크리스마스이브에 모두가 케이크를 사서 먹는 게 이해가 안 갔다. 아니 이날이 모두의 생일도 아닌데 왜 케이크를 사 가지고 돌아다니지?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보내야지, 왜 커플들은...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한동안 케이크는 특별한 날에만 먹는 것으로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 내 어린, 아니 20대 초반 눈으로는 빵집 앞에 케이크를 박스가 쌓여있고 사람들이 호떡처럼 케이크를 사 가는 것에 대해 배알이 뒤틀렸었다. 내가 스쿠르지처럼 못된 마음을 갖게 된 배경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1) 케이크는 생일과 같은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다. 그러니 생일에 케이크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니 나와 같이 크리스마스가 생일이 아니면 먹으면 안 된다. 생일 파티는 생일 하루 전까지 해야 한다는 내 자체 (황당한) 기준이 근거다.


2) 크리스마스이브 저녁부터는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하는 차분하고 조용한 날이다. 커플들끼리 돌아다니면 안 된다. 생각해보니 내가 커플로서 크리스마스이브를 제대로 보낸 적이 없던 것 같다.


스크루지야 미래의 유령이 찾아와서 정신 차렸지만 나는 나이가 들면서 별로 중요해지지 않았다. 크리스마스나 생일이나 365일 중 하루가 되었고 자녀와 조카들 생일에 케이크를 많이 먹게 되다 보니 다른 분들이 크리스마스에 케이크 드시는 거에 대해 더 이상 심술을 부리지 않게 되었다.


“One more thing.” 스티브 잡스가 한 말처럼 아직 안 풀린 게 하나 남았다. 아이들은 생일과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각각 하나씩 받는데 나는 생일+크리스마스 합쳐서 선물 하나만 받았었다. 지금까지도.


아내께서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밀린 선물 한방에 다 주세요. 현금도 받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님들, 작가님들 모두 코로나19로 어려운 한 해를 보내셨는데 오늘 하루만이라도 맛있는 케이크 드시고 기운 내세요.


아이들이 산타 의심할 때 대응책 글:
https://brunch.co.kr/@jitae202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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