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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Feb 16. 2021

학폭 등 강력범죄에 대한 프로스포츠 기구가 필요하다

4대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강력범죄를 제재할 수 있는 통합 기관의 필요성

오랜만에 “스포츠를 통해서 사회를 보다” 매거진에 글을 올립니다. 10편을 발행하고 긴 휴재를 하고 있다가 최근 학폭 가해자 선수들이 이슈가 되어서 글을 썼습니다.




2021년 2월 15일 오전 흥국생명은 학폭 가해자 이재영과 이다영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발표한다. 그리고 대한배구협회는 ​이에 공조를 하듯 같은 날 이 둘을 국제대회 국가대표 선수 선발에서 무기한 제외하기로 발표한다.


하지만 제재 자체가 영구 제명이 아니기 때문에 동정 여론이 생기면 언제든지 이 둘은 복귀할 시점의 여론을 확인한 다음, 여론이 조금이라도 호의적이다 싶으면  기자회견을 열고 속죄 투혼 맨트인 “저희에겐 배구밖에 없습니다. 배구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내용으로 말한 다음 국내외 경기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3번 음주 운전한 (전) 야구선수 강정호도 그렇게 하려다가 부정적 여론으로 결국 복귀가 무산되었지만.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난감할 것이다. 구단 소속 때가 아닌 과거의 행위가 구단에게 직격탄을 안겨 줬으니. 하지만 프로 선수 개인이 자신의 과거나 현재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듯이 지금은 프로 구단도 임직원과 선수들에 대한 사전 및 사후 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다. 이들의 악행에 대해 사전에 몰랐다면 사후에 신속하게 피해자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한 제재를 내려야 한다. 하지만 아래 사례들에서 보겠지만 프로 선수들이 가해자인 경우, 흥국생명 같은 우승이 가시권에 있는 구단은 제재에 대해서 뭉그적거릴 수밖에 없다.




유사한 세 가지 미국 프로야구와 한국 프로야구 사례를 들어보겠다.


#1 임직원의 과거 악행이 드러날 경우 구단의 결정은 비교적 신속하고 강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지난달 미국 프로야구 구단 뉴욕 메츠 단장 제라드 포터가 경질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 단장은 2016년 당시 시카고 컵스의 스카우팅 디렉터(=결정권 있는 직급)로 있을 당시 외국인 여자 기자에게 자신의 성기 사진을 문자로 보냈다. 이전에도 이 기자에게 만나자, 성희롱 발언 등 60여 차례의 부적절한 문자를 보낸 게 밝혀졌다. 당시에 이 기자는 시카고 구단 관계자에게 상의를 했으나 윗선으로 제대로 올라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미 스포츠 방송 ESPN이 이 사실을 폭로하자 뉴욕 메츠 구단과 오너는 신속하게 이런 행위는 용납되지 않는다며 포터를 해고시켰다. 시카고 구단은 이 사건에 거리두기를 했고 “우리도 알았으면 조치를 했을 것”라고 했다.


#2 하지만 선수일 경우에는 미국 프로구단은 내로남불이 된다. 구단의 우승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선수가 있으면 전과가 있어도 영입한다. 조직적 사인 훔치기를 한 미국 야구계의 슈퍼 빌런 휴스턴 애스트로즈 구단은 아내를 폭행한 투수 로베르토 오수나를 영입하여 욕을 먹었다. 오수나는 2018년 토론토 블루제이스(류현진이 작년부터 뛰는 팀) 선수로 있을 당시 아내를 폭행하여 미 프로야구 사무국은 오수나에게 75경기 출장 정지를 집행했다.


#3 한국의 사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키움 히어로즈(당시 넥슨)는 특급 유망주 투수 안우진의 학폭 사건을 알면서도 2017년에 1차 지명을 하였고 50경기 징계만 내렸다. 사실 매일 등판하지 않는 투수에게 50경기 징계는 크지 않다. 체감 징계는 10-20 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다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안우진에게 사실상 국제 대회 출전 금지를 했기 때문에 안 선수는 병역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본인의 꿈인 메이저리그 진출 길이 닫히진 않겠지만 어려워진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프로스포츠계는 악행을 한 가해자 선수에게 어떤 처벌이나 제재를 해야 적절할까. 재판을 통한 형이 확정되는 기간은 오래 걸린다. 가해자는 보통 항소, 항고를 하면서 시간을 끌기 때문에 피해자의 고통은 더 가중된다.


제재보다 먼저 다루어야 할 문제는 구단과 협회는 여론의 눈치를 보지만 한편으로는 광고주, 지역 팬과 기업 오너의 눈치(=우승)도 봐야 한다. 따라서 이들이 적절한 제재를 하기 어려운 주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 조사와 처벌을 맡길게 아니라 4대 프로 스포츠(야구, 배구, 농구, 축구)의 문제를 다룰 수 있는 하나의 기관이 필요하다. 이 기관은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며, 독립된 외부 컨설팅 업체를 통한 조사 및 결과 발표, 이 결과를 바탕으로 제재를 할 수 있는 권한 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각 협회가 비슷한 역할을 현재 하고 있으므로 이 기관의 범위를 더 구체화하여 5대 강력범죄인 살인, 강도, 절도, 폭력, 성범죄와 연루된 프로 선수들만 심의하게 하는 것이다. 제재를 내리기 전 가해자가 소명할 기회는 주되 최대한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조직의 구성원은 관련 전문가, 시민단체, 아마추어 선수 관련 협회, 프로 스포츠 직원 및 선수, 프로선수 협회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야 최대한 공정할 것이다. 이 기구의 주안점은 법원의 형벌보다는 수위가 낮지만 피해자들이 어느 정도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선의 제재를 신속하게 내려야 한다.


그리고 단순 조사 및 제재만 할 것이 아니라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와 협업하여 5대 범죄에 대한 예방 교육 등을 하면 좋을 것이다.


이 조직의 예산은 프로스포츠 4대 협회들이 부담하며, 가해자 선수들의 미지급 연봉 등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는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최소한의 제재와 관련하여, 사건에 대한 인지 기준으로 가해자 선수의 잔여 시즌 및 다음 해 시즌 출장금지, 해당 기간 동안 연봉 전액 몰수(선수 계약에 명시), 교육 및 사회 봉사 활동 의무화, 복귀 후 연봉 중 일부 사회단체에 기부하기 등 최소한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이를 프로 선수 전원에게 정기적으로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선수가 미리 이 기구에 과거 악행을 자진해서 알리고 피해자와 합의 시도 등 사전에 진심 있는 개선의 노력을 보여준다면 제재 수위의 일부를 조정할 수 있겠다. 자필 사과문, SNS 사과문은 가해자 자신의 죄의식만 없애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오히려 피해자에 대한 사과의 구체적인 실행이 필요하기 때문에 위와 같아 제안했다.


위의 통합기구 창설은 하나의 제안일 뿐이다. 프로 스포츠가 사이좋게 모여서 이렇게 할 일은 없겠지만 최소 피해자의 심정을 제대로 헤아린다면 구단이 가해자 걱정을 먼저 하고 무기한 정지 같은 애매모호한 제재를 내놓지 않을 것이다.


부디 더 이상 제대로 된 진심 어린 사과와 보상 그리고 죄를 제대로 안 받은 가해자들이 스포츠계에서 활개 치지 않았으면 한다.




강정호 음주 운전 관련 글:

https://brunch.co.kr/@jitae20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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