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의 반격과 NBA 선수들의 침묵
스포츠 자본주의의 세계화를 1, 2부로 나누어서 올립니다. 1부는 NBA와 나이키의 세계 시장 진출, 2부는 중국 자본의 반격을 다루고자 합니다.
2019년. 마이클 조던, 나이키와 NBA가 세계를 제패한 지 약 25년이 지났다. 25년 사이에 NBA의 적극적인 외국인 선수 유입 정책에 따라 유럽, 아프리카, 그리고 중국 선수들이 진출했다. 중국 농구 리그에서 뛰고 있던 228cm 야오밍은 휴스턴 로켓츠가 2002년 전체 1순위로 지명했고 그는 짧은 전성기를 보내고 부상으로 9년만 뛰고 은퇴한다. (그래도 야오밍은 농구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다.)
NBA에서 이들의 개인적인 성공과 이로 인해 해당 국가의 국민들에게 자부심이 커지는 동안 나이키와 NBA는 스타 선수들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장악해갔다. 특히 중국에서는 NBA 선수들은 인기가 많았으며, 야오밍이 은퇴한 이후에도 NBA는 인기가 많았다. 특히 故 코비 브라이언트나 제임스 하든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제임스는 중국의 자부심 야오밍의 팀인 휴스턴 로켓츠로 이적한 후 인기가 폭발했다(그의 저지는 중국에서 르브론 제임스, 스테판 커리 다음으로 잘 팔린다). NBA가 중국으로부터 나오는 매출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연 5000억원이다. 나이키는 중국에서 22분기 연속으로 두 자릿수 성장을 하다가 2020년 3월 말 코로나19로 인하여 한 자릿수 성장에 머물렀을 정도로 계속해서 매출이 높았다.
하지만 그동안 서구, 특히 미국은 중국의 자본, 시장, 공장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컸던 탓인가. 서구의 자본과 기술을 받아들인 중국은 25년 사이에 미국을 바짝 쫓는 경제 강국이 되었다. 그리고 중국은 2010년대부터 시진핑 정부의 중국몽(초강대국화, 국가적 통합, 강력한 군대 등을 골자로 한 공산당의 정치적 수사) 드라이브와 중국의 서구에 대한 반감이 오랫동안 쌓여 있는 상황(서구 열강과의 19세기 아편전쟁 패배 이후부터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에서 중국은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 반격은 2019년 10월 한 사건으로 인해 시작된다.
이미 언론이나 브런치 작가님들이 이 사건을 다루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간단히 요약해본다. 작년 홍콩 민주화 운동이 한창일 때 휴스턴 로켓츠 단장 데릴 모리는 트위트에 홍콩 시위대를 지지한다는 트윗을 올린다.
중국의 거의 모든 기업들과 기관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단장, 구단, NBA에게 무차별 십자포화를 한다. 중국의 자국 이슈(중국은 홍콩 민주화 시위, 대만 이슈는 중국 내치의 문제로 본다)에 일개 단장, 구단, 조직이 개입한 것이라며 중국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중국은 비난뿐만 아니라 신속하게 중국 내 NBA 경기 상영 중지, 중국 기업들의 휴스턴 로켓 광고 지원 중단 등으로 NBA에 압박을 가한다. 이는 NBA 뿐만 아니라 다른 미국 기업들로 하여금 즉시 직간접적으로 중국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제임스 하든, 휴스턴 구단주, 단장, NBA 총재 애덤 실버 모두 사과. 그리고 스포츠 매체 ESPN은 자사 기자들에게 중국-홍콩 이슈를 쓰지 말 것을 내부적으로 지시한다. 한편,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블리자드는 대회에서 홍콩 선수가 민주화 운동 지지 표명을 하고 대만 캐스터들이 이 선수를 인터뷰하던 중 간접적으로 지지하자 바로 이들을 대회에서 쫓아낸다.
NBA에 대한 중국의 보복과 관련하여 미국 정치인들은 개인적으로 중국의 행태에 비난을 했지만 중국 관련하여 구체적인 법안 통과나 미국 정부의 행정 명령은 별도로 없었다. 트럼프는 오히려 자신에게 평소 비판적인 자국 스포츠계 인사들을 조롱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코치 스티브 커(조단과 함께 두 번째 3연패를 한 그 후보 선수)가 중국의 휴스턴 로켓츠 비난에 대하여 평소와 다르게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못하자 트럼프는 아래와 같이 그를 조롱한다: “스티브 커는 꼬마 아이처럼 벌벌 떨었다”
https://twitter.com/loganmmurdock/status/1182030564259291136?s=20
이 상황을 정리해보면, 평소 트럼프 또는 사회 이슈에 강한 입장을 내놓던 코치, 선수들(르브론 제임스, 스테판 커리 등)과 터프가이 트럼프 모두 홍콩의 민주화 운동에 대해 잘 모르겠으니 코멘트하기가 부적절하다 또는 침묵을 지켰다. 결국 선수들은 자신의 연봉과 광고료로 직결되는 중국 자본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았다. 천하의 트럼프 또한 홍콩을 위해 굳이 중국을 건드리지 않았다(그 이외에도 복잡한 셈법이 있었겠지만). 중국의 미국 사기업과 선수들에 재갈 물리기, “홍콩 민주화 운동은 자국 이슈이니 외부인들은 셧더마우스, 아니면 중국 자본과 시장에서 아웃” 작적은 일단 성공했다.
그리고 중국에서 강력한 홍콩 국가보안법이 2020년 6월 말에 통과됨에 따라 외국인들 또한 처벌 대상이 되었다. 안 그래도 작년 가을에 중국의 거센 반격으로 크게 놀란 NBA와 선수들은 더더욱 침묵을 지키고 있다.
홍콩 민주화 운동의 미래는 어둡다. 홍콩 민주화 운동은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가고 있고, 중국의 탄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참고로 한국 정부도 홍콩 민주화 운동에 대한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 기업인들도 나서지 않는데 선수들이 이 이슈에 대해 코멘트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선수들이 의견을 일치하여 NBA와 같이 공동성명을 내고 리그가 단기적으로 금전적 손해가 있더라도 중국의 비난에 대한 저항을 했으면 어땠을까. 장기적으로는 구단, 선수들, 홍콩인들과 중국인들에게 더 큰 유형무형의 이득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중국에서 프로 농구의 최고봉인 NBA와 같은 상품이 더 이상 방영되지 않고 관련 굿즈가 판매되지 않는다면 중국 소비자들의 불만은 상당할 것이다. 아무리 중국 농구 리그가 급성장한다 해도 NBA의 대체제가 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글로벌 기업, 선수들과 팬들의 연대를 통한 저항으로 중국 사회의 변화를 기대해보는 것은 내 개인적인 몽(夢)일까.
킹 목사의 명언으로 이 글의 끝맺고자 한다: “어디서 발생하든 불의는 세상 모든 곳의 정의를 위협한다.”
1부:
https://brunch.co.kr/@jitae202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