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탈출의 해법, 노동자 사망, 쿠팡의 국적
미국 기업 쿠팡(CPNG)이 얼마 전 뉴욕 증시(NYSE)에 상장되었다. 상장 시 35불, 상장 직후 64.50불로 올랐다가 현재는 40-50불 구간에서 움직이고 있다. 범 킴(Bom Kim; 한국 이름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상장 후 4200만불의 쿠팡 주식을 팔았다고 공시한 바 있다. 쿠팡 의장과 임직원이 보유한 물량을 쏟았기 때문에 당분간 주가가 크게 올라가긴 어려워 보인다.
쿠팡의 장기적 성공에 대한 시장 평가는 대체적으로 우호적이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쿠팡이 국내에서 활동하면서 갖고 있는 큰 논란이 3개로 정리가 된다. 그동안 언론에서 보도된 쿠팡에 대한 논란을 정리해보고 각 논란에 대한 전망을 해본다.
1. 쿠팡의 적자 탈출은 클라우드 사업을 하면 가능할까
쿠팡의 누적 적자는 약 4.5조원이다. 이에 대해 쿠팡은 외부에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적자가 아닌 투자로 봐달라고 하고 있다. 지금까지 쿠팡이 대규모 적자를 내고도 버틴 것은 손정의의 비전펀드의 3조3천억원의 투자금이었다. 과감한 적자... 아니 투자로 작년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 17%에 이어 13%로 2위이다.
최근 네이버가 신세계와 협약을 맺으면서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 대 나머지로 재편되는 과정이다. 쿠팡은 뉴욕증시에 상장 후 5조원이라는 실탄을 확보했다. 쿠팡은 이를 물류에 추가 투자할 수도 있고 일부를 OTT(인터넷을 통한 미디어 제공 서비스)에 투자할 수도 있다. 바로 4.5조원의 부채를 청산하면 되겠지만 지금까지 보도된 것을 봐서는 그럴 의향은 없어 보인다.
국내에서 물류로 아무리 돈을 벌어도 영업이익률이 10%를 넘기기 힘들다. 최근 매물로 나온 이베이만이 그동안 꾸준히 흑자를 냈다. 이베이의 최근 영업이익률이 6.5%이다(매출 1조3500억원, 영업이익 850억원).
이 부분에 대한 쿠팡의 고민은 얼마 전 쿠팡이 출범한 쿠팡 플레이(월 2,900원에 로켓 배송과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벌써 가입자 5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 가입자 수는 국내 OTT 업계 1위인 넷플릭스의 7% 수준이다. 아직 미비한 상태인데 심지어 미디어 공룡인 디즈니의 OTT인 디즈니+도 2021년 여름에 상륙할 예정이라고 한다. 쿠팡이 단기적으로 넷플릭스니 디즈니처럼 비용이 많이 드는 자체 콘텐츠를 당장 생산해서 내놓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쿠팡이 제대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를 알아보려면 사부격인 아마존이 어떻게 주 수익을 내는지 보면 쿠팡이 보인다.
쿠팡의 롤모델인 아마존은 1994년 설립되어 나스닥에 1997년에 상장되었다. 그리고 상장 후 14년이 지나서야 수익을 내게 되었다. 아마존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아마존의 수익의 50% 이상을 벌어들이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Amazon Web Services(AWS)가 2016년부터 꽤 많은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아마존 AWS가 51%로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KT가 20%로 2위이다.
쿠팡은 클라우드 서비스로 진출할까. 다음 숫자를 보면 쿠팡의 다음 스텝은 확실해 보인다. 넷플릭스의 2020년 기준 영업이익률은 11.05%였다. 반면 AWS의 영업이익률은 30% 정도이다. 쿠팡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기업들 상대로 클라우드라는 가상의 공간을 임대하는 AWS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하는 넷플릭스보다는 수익 측면이나 관리 측면에서 나을 것이다.
쿠팡은 궁극적으로 클라우드 사업에 진출하여 주주들에게 쿠팡이 꾸준하게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싶을 것이다. 증시는 적자만 내는 기업을 한없이 기다려주지 않는다. 쿠팡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방법도 있겠으나 치열한 국내 시장에서 아마존처럼 과반을 차지하기에는 시간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쿠팡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다면, AWS를 밀어내기는 어렵겠지만 KT를 제치고 2위를 노려보지 않을까 전망해본다.
2. 쿠팡의 노동자 사망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방식은 언제까지 갈까
2021년 3월 초 또 쿠팡의 노동자가 사망하였다.
심야·새벽 배송을 담당하던 쿠팡 배송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쿠팡이 입장문을 발표했다.
(중략)
쿠팡 측은 "사망한 배송기사가 지난달 24일 마지막 출근 이후 7일 동안 휴가 및 휴무로 근무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한 것으로, 지난 4일 복귀 예정이었다"며 "지난 12주간 사망한 배송기사의 근무일수는 주당 평균 약 4일이었으며, 근무기간은 약 40시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쿠팡 측은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예단이나 일방적인 주장이 보도되지 않도록 해달라”며 “근로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더욱 철저히 지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출처: 머니투데이)
쿠팡에서는 이미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가장 최근 사망한 노동자에 대한 쿠팡의 사과문을 보면 이는 사과문이라기보다 쿠팡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호소문에 더 가까워 보인다. 일단, 노동자가 휴가 중에 사망했다는 사실을 말한다. 사실이겠지만 과로사라는 것은 건강에 이상 신호가 누적되어 발생하는 건데 휴가 중에 사망한 사실을 굳이 짚고 가야 했는지 의아스럽다. 그리고 언론을 겁박하는 모양새다. 노동자의 죽음과 관련하여 일방적인 주장이 보도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한다. 이 두 문장만을 종합해보면 쿠팡의 호소문(?)의 의도는 “노동자의 죽음은 우리 잘못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 잘못으로 몰아가지 마라”로 들린다.
참고로 삼성전자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들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조금이나마 인정하는데 10년이 걸렸다. 결국 노동자들과 가족들, 그리고 같이 한 반올림과 같은 시민단체들의 노력으로 만족스럽지 않지만 그나마 이런 결과가 나왔었다.
삼성전자의 10년 전 상황과 쿠팡이 처한 상황은 매우 다르다. 갈수록 기업들에게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5위 규모이자 세계 3위까지 커질 수 있는 국내 이커머스 성장을 주도하는 쿠팡은 자발적으로 변화를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사회가 쿠팡에게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을 요구를 할 것이다.
하지만 아래 부분에 서술하듯이 쿠팡의 국적 때문에 쿠팡의 자발적 변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 글로벌 시대(신자유주의 시대)에도 쿠팡의 국적은 의미가 있다
얼마 전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쿠팡의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추진 당시 “미국 기업이 미국에 상장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쿠팡 INC의 자회사인 쿠팡 코리아는 한국에 설립되어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물류 센터를 운영하고 한국인 노동자를 채용하고 있다. 쿠팡 홈페이지에도 쿠팡은 한국 기업임을 강조한다.
이 문제에 대한 결론부터 말하자면, 평상시에는 국내와 외국계 기업 간에 차이는 없을 수는 있지만 사고를 치면 외국 기업이던 외국 임원이던 책임을 안 지거나 해외로 도망갈 수 있다는 것이 국내 기업과의 가장 큰 차이다. 그렇기 때문에 21세기에도 기업의 국적이 중요하다. 외국계가 국내에서 돈을 벌면 이에 맞게 사회적 책임이 따라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실 국내 기업들도 책임을 안 지려고 하니 이건 꼭 외국계 기업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면, 옥시크린의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많은 분들의 사망과 피해자 가족들은 아직도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을 못 받았다. 외국계 자동차 회사들인 GM, 르노삼성, 쌍용 모두 기업 사정이 어렵다고 정리해고를 밀어부친다. 최근에 좋아졌다고 하나 애플의 불친절한 A/S는 악명이 높다. 수입차들도 마찬가지이다. 파는 거에만 신경 쓰고 뒷 처리는 소홀하다. (개인적으로 아이폰을 10년째 사용하지만 지금까지 큰 문제가 없어서 천만다행이다. 얼마 전 예약한 테슬라는 하자 없이 잘 굴러가길 빌어야겠고...)
이러한 외국계의 갑질이나 무책임한 행동은 대한민국의 시장이 작다는 점, 그리고 수익이 안 나면 언제든지 철수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국내 재벌은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해도 처벌이 가능하며 여론의 눈치를 (아주) 조금이라도 본다. 만약 미국이나 유럽에서 한국에서 하는 불법행위를 국내 기업이 그대로 했다가는 과징금과 감옥살이가 매우 길어질 테니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로 본사 이전을 하기는 선뜻 어렵다. 그래서 국내 기업들이 대한민국에 남아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쿠팡이 수익을 낼 때 얼마나 뉴욕증시에 상장된 모회사인 쿠팡 잉크에게 배당 형식 등으로 자금이 흘러가는지 보면 쿠팡이 얼마나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확인이 될 것이다. 많은 외국계 기업들이 필요 경비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수익을 해외에 위치한 모회사로 송금한다. 이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지만 한국 경제에 기여도를 고려할 때 확인해볼 수 있는 수치이다.
결국 쿠팡이 대한민국 기업임을 제대로 주장하려면 쿠팡이 대한민국 사회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달려있다. 대한민국을 단순히 매출을 올리는 대상으로 볼 것인지 아닌지...
끝맺으며...
진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우리 소비자들에게 달려있다. 쿠팡이 웹툰 송곳 명대사 중 하나인 “여기서는(대한민국) 그래도 되니까”의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려면 우리가 계속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 2021. 3. 21.자 쿠팡 관련 글:
http://naver.me/GaMTuVQ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