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로 본 대한민국 고위 공무원
최근 박영수 특검이 사기꾼에게 1억원이 넘는 포르쉐를 (잠깐) 받고 불명예스럽게 사퇴했다.
박영수는 누구인가. 박근혜 국정농단의 주범인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자 오너를 구속한 검사 출신 특검이다. 하지만 본인도 뇌물로 의심되는 차량을 받음으로써 물러나게 되었다.
요즘 이재용을 경제적 논리로 사면하라는 일각의 주장이 있는데, 박영수 사퇴로 이재용 부회장 조기 석방 주장이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야기가 잠깐 샜는데, 박영수 포르쉐 상납 사건 계기로 고위 공무원들과 관련된 자동차 사례를 찾아봤다.
1. 박영수 (아내)의 포르쉐 파나메라 4
이 스포츠 세단의 가격은 1.4억원과 2.95억원 사이이다. 사기꾼이 이 자동차 사진을 박영수 특검에서 보여주자 박영수는 차를 받아서 아내가 3개월간 운전하고 3개월 뒤 현금으로 250만원을 줬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리스나 렌트비를 카드 결제나 계좌이체하고 몰고 다니는데 박 특검은 사실상 뇌물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작년 파나메라의 국내 판매량은 포르셰의 전 세계 시장에서 3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작년에만 포르쉐는 국내에서 총 7,779대가 팔려 국내 시장에서 매출 1조가 넘었다. 불티나게 잘 팔리는 새로운 호떡이다.
이 사건을 보면 시대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뇌물용(?) 차량은 벤츠였다.
2. 검사의 벤츠 E300 (2011년형)
2011년 당시 사건 청탁을 목적으로 판사 출신 변호사가 내연 관계였던 여자 검사에게 벤츠(무상대여), 명품 가방, 법인 카드 등을 제공하여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이것이 뇌물인지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 간 선물인지 법원에서 결정을 해주었다. 황당하게도 후자로 판결이 났다. 김영란법(공직자 청탁 금지법)이 이 사건 이후 통과되었다.
당시 벤츠 어떤 모델이라고 언론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당시 여성 운전자들이 선호하는 수입차는 벤츠는 E클래스였고 또 그중 인기 있던 E300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가격은 약 7000만원부터 시작했다. 지금도 E클래스는 스테디 상위 베스트셀러다. 지난 6월에는 수입차 시장에서 테슬라 모델 3(1위: 2,884대), BMW5(2위: 2,201대), 모델 Y(1,972대), 벤츠 S클래스에 이어 5위를 내려갔다. 그동안 호떡같이 많이 팔려서 순위가 내려간 거 같지만 이미 2019년에 수입차 단일 모델로 10만대 이상이 팔렸다. 결국 판매량에 그 판사 출신 변호사가 1대를 기여한 셈이다.
3.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전기차
앞 두 공직자와 다르게 좋은 의미로 차량으로 주목받았던 국회의원이 있다. 국회의원마다 지급되는 의전차량이 대부분이 가솔린(154대)이거나 디젤(117대)인데(즉, 90%가 넘는 국회의원이 두 가지 차종을 몬다), 환경전문 변호사인 이소영은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전기차를 선택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스무 살 때, 스콧 니어링 평전을 읽고 평생 자가용 차는 소유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지금까지 어려움 없이 지켜 왔다”라고 한다. 하지만 국회의원 업무를 고려하여 차량을 결정했고 그것이 현대자동차 코나 전기차이다.
코나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고 나면 대략 3600만원선이다. 코나는 2018년 출시된 이래 첫 2년간 1만대 넘게 판매되었지만, 2019년 배터리 화재로 인한 리콜과 올해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장착한 아이오닉 5의 등장으로 올해 초부터 더 이상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는다. 코나의 주행거리는 1회 충전 후 406km로 아이오닉 5의 주행거리 336km~429km와 비슷하다. 이럴 거면 왜 코나 전기차를 단종시켰을까.
2021년. 아직도 한쪽에서는 고가 차량은 뇌물로 사용되고 있다. 반면 국회의원 하나는 본인 신념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차를 운전하고 다니고 있다(리콜 대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세상이 조그씩 나아지는 건가. 박 특검은 바로 잘못을 인정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