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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Apr 17. 2022

이것은 브로맨스인가, 아니 동서맨스?

동서를 여기저기서 만나고 또 만나고…


브로맨스(영어: bromance)는 미국에서 시작된 단어로써 형제를 뜻하는 브라더(brother)와 로맨스(romance)를 조합한 신조어이다. 남자와 남자 간의 애정을 뜻하는 단어로 우정에 가까운 사랑을 의미한다. -위키피디아


<1> 우연: 동서를 같은 성당에서 만나다

작년 말 내가 이런저런 일로 고민하자, "남편에게 커리어 코칭은 잘 하지만 정작 본인 일에는 뜸 들이는” 아내가 다시 한번 새벽 미사 카드를 나한테 들이민다.


재작년에 새벽 미사를 나가고 NGO에 취업한 효험(?)을 경험한 나는 두말없이 다시 나갔다. 새벽 5:45에 기상해서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1주일에 2-3번 나갔다. 다행히 화요일은 새벽 미사가 없어서 이때 한 번은 쉬고, 중요한 일정이 있으면 컨디션 조절해야 한다는 이유로 안 가다 보니 일주일에 4번은 나가기가 어려웠다.


내가 새벽 미사를 다니고 있을 무렵, 지근거리에 사는 나의 동서인 처제의 남편 또한 이런저런 고민이 있어서 새벽 미사를 나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몇 주간 서로 동선이 겹치지 않다가 어느 날 우연히 성당에서 보게 되었다.


나는 오른쪽 뒤에 앉았고 동서는 왼쪽 뒤에 앉았다. 미사가 끝나고 동서와 인사를 하려고 기다리는데 생각보다 동서의 기도가 오래 걸리는 것 같아서 ("나보다 고민이 더 많아 보이네…”) 난 천천히 성당을 나왔다. 기도가 끝난 동서가 나한테 출근하기 전 커피 하자고 한다. 동서도 내가 본인보다 고민이 더 많은 줄 알았다고 한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동서의 "이런저런 고민"은 나의 "그런저런 고민"과 유사하다. 둘 다 40대 중반에 어린아이들이 있으면서 한창 일할 나이다 보니 아무래도 고민이 비슷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서는 바로 회사로, 나는 침대로 향했다. 난 출근이 늦다 보니 아침잠을 마저 자고 출근했다.


<2> 필연: 동서와 같이 영화보다

얼마 후 동서를 다시 만나서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이미 봤다고 하자 동서는 매트릭스: 리저렉션을 같이 보자고 한다. 내가 연말에 휴가를 낸 타이밍에 동서 회사는 전체가 휴가를 받았다고 한다.


혼자서 와인처럼 영화를 음미하는 나이지만 그날은 예외로 두 장을 끊었다. 아내와 처제는 각자 일하고 있을 때 우린 영화를 봤다. 자매가 부러워한다.


우리 둘 다 본 영화에 만족하고 오래간만에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3> 운명: 동서와 같은 회사다닐 뻔하다

동서는 나와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가까이 살다 보니 보통 2주마다 주말에는 보게 된다. 동서가 바쁘다 보니 (난 상대적으로 덜 바쁘다) 둘이서 볼 일은 없다.


우리가 같은 직장에서 일하진 않았지만 같은 산업에서 일한 적은 있다. 당시 인터뷰 준비하면서 동서의 코칭 도움으로 전 직장을 들어갔었다. 사례로 금일봉을 주었는데 한사코 거절해서 처제가 받아서 잘 썼다. 그리고 전 회사에서 퇴사하는 과정에서도 조언을 받아 또 금일봉을 주었는데… 이번에도 처제가 잘 썼다. 그러고 보면 금일봉을 두 번 대리로 접수한 처제가 최종 위너다.


예전에 내가 동서가 다니는 회사에 지원을  적이 다. 결국 내가 인터뷰에서 떨어졌지만. 만약 입사했다면 같이 출근하고 같이 퇴근하는 진풍경이 벌어질  있었다. 아니면 지금보다 오히려 사이가 틀어졌을지도? 가능성이 높았을지도. 서로 다른 부서에서 일하면서 부딪히고 각자 집에 돌아가서 부인한테 흉보고 자매의 관계도 서먹서먹해졌을지도.




MBTI로 보면 동서는 ESTJ, 난 ISTJ이다. 두 유형의 궁합을 보면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세 개가 겹치는 우리는 현실에서도 둘이 비슷한 성향이다. 반면 나의 아내는 ENFP. 나와 모든 것이 반대라 MBTI 최악의 궁합 중 하나라고 한다. 아내를 통해서 동서를 알게 되었으니 아내와 관계가 현실에서는 최악은 아닐듯하다…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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