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를 여기저기서 만나고 또 만나고…
브로맨스(영어: bromance)는 미국에서 시작된 단어로써 형제를 뜻하는 브라더(brother)와 로맨스(romance)를 조합한 신조어이다. 남자와 남자 간의 애정을 뜻하는 단어로 우정에 가까운 사랑을 의미한다. -위키피디아
<1> 우연: 동서를 같은 성당에서 만나다
작년 말 내가 이런저런 일로 고민하자, "남편에게 커리어 코칭은 잘 하지만 정작 본인 일에는 뜸 들이는” 아내가 다시 한번 새벽 미사 카드를 나한테 들이민다.
재작년에 새벽 미사를 나가고 NGO에 취업한 효험(?)을 경험한 나는 두말없이 다시 나갔다. 새벽 5:45에 기상해서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1주일에 2-3번 나갔다. 다행히 화요일은 새벽 미사가 없어서 이때 한 번은 쉬고, 중요한 일정이 있으면 컨디션 조절해야 한다는 이유로 안 가다 보니 일주일에 4번은 나가기가 어려웠다.
내가 새벽 미사를 다니고 있을 무렵, 지근거리에 사는 나의 동서인 처제의 남편 또한 이런저런 고민이 있어서 새벽 미사를 나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몇 주간 서로 동선이 겹치지 않다가 어느 날 우연히 성당에서 보게 되었다.
나는 오른쪽 뒤에 앉았고 동서는 왼쪽 뒤에 앉았다. 미사가 끝나고 동서와 인사를 하려고 기다리는데 생각보다 동서의 기도가 오래 걸리는 것 같아서 ("나보다 고민이 더 많아 보이네…”) 난 천천히 성당을 나왔다. 기도가 끝난 동서가 나한테 출근하기 전 커피 하자고 한다. 동서도 내가 본인보다 고민이 더 많은 줄 알았다고 한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동서의 "이런저런 고민"은 나의 "그런저런 고민"과 유사하다. 둘 다 40대 중반에 어린아이들이 있으면서 한창 일할 나이다 보니 아무래도 고민이 비슷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서는 바로 회사로, 나는 침대로 향했다. 난 출근이 늦다 보니 아침잠을 마저 자고 출근했다.
<2> 필연: 동서와 같이 영화보다
얼마 후 동서를 다시 만나서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이미 봤다고 하자 동서는 매트릭스: 리저렉션을 같이 보자고 한다. 내가 연말에 휴가를 낸 타이밍에 동서 회사는 전체가 휴가를 받았다고 한다.
혼자서 와인처럼 영화를 음미하는 나이지만 그날은 예외로 두 장을 끊었다. 아내와 처제는 각자 일하고 있을 때 우린 영화를 봤다. 자매가 부러워한다.
우리 둘 다 본 영화에 만족하고 오래간만에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3> 운명: 동서와 같은 회사를 다닐 뻔하다
동서는 나와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가까이 살다 보니 보통 2주마다 주말에는 보게 된다. 동서가 바쁘다 보니 (난 상대적으로 덜 바쁘다) 둘이서 볼 일은 없다.
우리가 같은 직장에서 일하진 않았지만 같은 산업에서 일한 적은 있다. 당시 인터뷰 준비하면서 동서의 코칭 도움으로 전 직장을 들어갔었다. 사례로 금일봉을 주었는데 한사코 거절해서 처제가 받아서 잘 썼다. 그리고 전 회사에서 퇴사하는 과정에서도 조언을 받아 또 금일봉을 주었는데… 이번에도 처제가 잘 썼다. 그러고 보면 금일봉을 두 번 대리로 접수한 처제가 최종 위너다.
예전에 내가 동서가 다니는 회사에 지원을 한 적이 있다. 결국 내가 인터뷰에서 떨어졌지만. 만약 입사했다면 같이 출근하고 같이 퇴근하는 진풍경이 벌어질 수 있었다. 아니면 지금보다 오히려 사이가 틀어졌을지도? 가능성이 높았을지도. 서로 다른 부서에서 일하면서 부딪히고 각자 집에 돌아가서 부인한테 흉보고 자매의 관계도 서먹서먹해졌을지도.
MBTI로 보면 동서는 ESTJ, 난 ISTJ이다. 두 유형의 궁합을 보면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세 개가 겹치는 우리는 현실에서도 둘이 비슷한 성향이다. 반면 나의 아내는 ENFP. 나와 모든 것이 반대라 MBTI 최악의 궁합 중 하나라고 한다. 아내를 통해서 동서를 알게 되었으니 아내와 관계가 현실에서는 최악은 아닐듯하다…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