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울퉁불퉁 뚝배기 Feb 26. 2022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는 테슬라

싯가 논란, 오래 걸리는 수리 기간, 황당한 충전기 부품 주문 방식

테슬라 모델 Y 전기차 베키를 운전한 지 9개월이 되었다.


지금까지 전기차 라이프 경험으로 평가하자면, 테슬라라는 회사는 장점이 많은 회사다. 하지만 테슬라의 단점도 아직은 진행 중인 회사다.


9개월 운전하면서 겪은 몇 가지 사건을 나열해본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는 테슬라다.


여전히 다른 회사들보다 긴 주행거리의 전기차를 내놓고 있으며, 단순하면서 편리한 터치스크린 방식, 무선 소프트웨어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동차는 아직 없다.


다만, 일부 사항에 대해서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1) 싯가 - 명품 회사들만 불시에 가격을 인상하는 줄 알았다. 적어도 테슬라를 알기 전까진. 내가 2021년 2월 모델 Y를 주문할 당시 기본 가격이 6999만원이었다(부가세 포함). 하지만 올해 1월까지 네 차례 인상을 하여 지금은 7989만원이다. 1년이 안 되어 990만원이 올랐다.


한참 테슬라와 신혼일 때는 나는 주변에 이 정도 가격에 주행거리 멀리 나오는 전기차 없다고 (마스크 쓴 상태에서) 침을 튀기면서 추천하다가 요새는 하지 않는다. 테슬라가 아무리 좋아도 내가 산 가격에 1000만원을 더 붙는 동일한 차를 추천받으면 누가 좋아할까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2022. 1.15자


또 다른 문제는 전기차 보조금은 매년 내려간다. 내가 서울시 기준으로 작년에 562만원을 받았는데 올해에는 405만원이다. 부가세를 뺀 차량 가격에 매겨지는 자동차 취등록세를 반영하면 좀 더 비싸진다.


그나마 작년 9월경에 주문한 지인은 100만원만 오른 상태에서 주문했기 때문에 (욕을 안 먹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못 받고 있다. 인도가 지연되는 건 모든 자동차 회사 공통된 문제니 어쩔 수 없다고 쳐도 널뛰기 가격은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어려워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요소로 보이지 않는다.


결론: 나는 현재는 다른 전기차를 권유하고 있다. 적어도 테슬라가 좀 더 저렴한 차를 내놓거나 주행거리가 더 긴 모델이 나오기 전까지는.


2) 수리 기간 - 작년 10월 아내가 운전하다가 뒤에서 B*W가 들이받는 바람에 트렁크가 찌그러졌었다. 사고 당시 우리는 1 달이면 고치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부품이 미국에서 오는데 3개월 넘게 걸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찌그러진 채로 운전은 가능했다. 수리는 1주일만 걸렸으니 불행 중 다행.


참고로 장모님이 운전하시는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5도 유리 한 장 수리하는데 부품 기다리느라 한 달 걸렸으니 이건 뭐 테슬라만의 문제라고 보면 안 될지도. 다만 미국에서 부품을 가져오다 보니 국내차보다는 수리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결론: 사고를 최대한 피해야 테슬라 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 사고가 나면 부품 기다리는 시간이 꽤 걸리니 매우 괴롭다.

수리하러 들어가기 전 한 컷


3) 충전기 부품 주문 방식 - 테슬라 차량을 충전하는 방식은 크게 네 가지이다. 개인이 집에 설치하는 충전기는 모두가 사용할 수 있지 않으니 논외로 한다.


첫째는 충전이 빠른 슈퍼차저, 둘째는 충전이 느리지만 공짜인 데스티네이션 차저. 이 둘은 현재는 테슬라만의 전용 충전기이다. 셋째는 고속도로나 공영주차장 등에 있는 1시간 정도만 충전하는 급속 충전기, 넷째는 아파트 단지, 주민센터 등에 있는 느리지만 저렴한 완속 충전기가 있다.


급속충전기와 완속충전기는 다른 전기차들도 사용할 수 있으며 테슬라 차량의 경우 둘 다 어댑터가 필요하다. 완속충전기 어댑터의 경우, 차를 받을 때 무료(차값에 포함되어)로 준다. 급속은 방식이 또 3가지로 나누어지지만 전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건 흔히 말하는 DC콤보이다. 이걸 쓰면 전국 곳곳에 설치된 급속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으며 충전 스트레스를 많이 벗어날 수 있다. 그동안 테슬라는 이걸 제작하고 인증받느라 판매를 하지 않았었다. 많은 테슬라 오너들이 학수고대하던 아이템이다. (단,테슬라 고가 차량인 모델 X와 모델 S는 아직은 이 어댑터를 못 사용한다)


이까이꺼 때문에 마음 고생한 건 나만 아닐터…

작년 10월부터 테슬라는 DC 콤보를 사용할 수 있는 어댑터를 판매 개시했다. 안내된 날에 주문을 하려고  저녁 11:58분부터 테슬라 홈페이지에 접속을 시도했으나 바로 품절. 30분 기다리다가 더 이상 안되어 잠을 잤다. 그 사이 새벽 1시 반경에 다시 물량이 풀렸다는 알람이 들어와서 오전 7시에 다시 들어가니 품절. 추후 물량이 들어오면 알람이 뜨도록 신청했지만 알람은 하염없이 안 온다. 당장 급속 충전할 일은 없지만 품절되었다고 하니 속이 터진다.


그런 와중에 중고 거래 등에 어댑터에 10만원 이상 더 붙여서 판매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테슬라 관련 카페에 가입해서 확인해보니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한 분들이 꽤 있었다. 어댑터 물량이 적으면 차라리 예약 주문을 받고 순차적으로 발송하면 안 되냐, 왜 애초 한 명이 여러 개 구입하게 하나, 왜 차량 오너부터 먼저 구매하지 않게 하냐 등…


그나마 다행인 건 꿀팁이 공유되고 있었다. 공식 알림은 오지 않으니 트위터 알림을 설정하라고 한다. 난 부랴부랴 안 하던 트위터에 가입해서 어댑터 알람을 설정하고 수차례 실패하다가 얼마 후 운 좋게 어댑터를 구입했다.


구입하였지만 이.번.에.는. 특정 충전기에 어댑터를 꽂으면 차가 운행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결국 난 한동안 차에 모셔놓고 먼지만 쌓이다가 아내의 “사놓고 뭐하냐” 구박을 받고 미술관에서 충전을 성공적으로 했다.


결론: 테슬라 코리아의 판매 방식은 황당하고 갑갑하지만 조금씩 서비스가 개선되고 있으며 최근 충전기 어댑터 물량이 많이 풀려 구매자들의 스트레스는 덜해졌다.


사실 싯가를 빼면 나머지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사고는 어차피 피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충전기 어댑터는 시간이 지나서 물량이 많이 풀려서 지금 차를 사는 분들은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것이다.




예전에 매니 라미레즈라는 메이저리그 (약물 복용한) 강타자가 있었다. 통산 555 홈런 1831타점 .312로 우수한 타자였지만 기행도 탑이다 보니 팬들은 Manny being Manny라는 표현이 유행했다. “매니는 원래 그래요” 정도 뜻이다.


Tesla being Tesla.




테슬라와 전기차에 더 알고 싶으면 아래 링크부터:

https://brunch.co.kr/@jitae2020/23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