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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May 30. 2021

아내의 반격: 미리미리 시작하면 밤샘 안 해도 된다며?

10년간 아내에게 했던 구박이 나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NGO에서 곧 해야 할 중요한 과제에 대한 부담과 전기차 인도 준비가 겹쳐 그동안 브런치 글쓰기를 임시 휴업(?)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요새 첫째도 별로 사고 안치고, 둘째도 덜 울고... 평화로운(?) 하루하루가 도리어 브런치 소재 고갈을 가져온 이유도 있죠.




2021년. 결혼 10년간 속으로 칼을 갈던 아내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내가 10년 동안 했던 말을 최근에 나에게 되돌려 주고 있다.




내가 10년 동안 아내가 밤샘을 하거나 늦을 때 종종 (나는) 간곡한 조언이라 했지만 (아내는) 핀잔/구박/잔소리를 들었다:


“미리미리 시작했으면 밤샘(또는 야근)할 일 없지”


또는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제거하면 끝을 낼 수 있지”


또는


“다른 일을 다 제쳐두고 집중을 하면 끝낼 수 있지”


아내는 본인의 일 특성을 모르는 내가 꼰대로 보였을 것이다. 자주 페이퍼를 써야 하는 아내는 낮에 다른 잡무를 처리하다 보면 또는 인터넷 쇼핑을 하다 보면 또는 아이들 선생님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시간이 다 간다고 한다. 두 번째 이유가 큰 거 같은데...


그러다 보니 아내는 데드라인을 맞춘 적은 없고 항상 기한을 연장하고  연장했다. 부럽구먼. 너그러운 분들과 일하네... 난 항상 사채업자 같은 사람들과 일했는데...


계획대로 하기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아내가 깝깝스러웠다.


그래서 그동안 난 내 업무를 끝냈다고 으스대고 아내에게 신나게(?) 잔소리를 했다. 아내는 반박 불가.




하지만 2021년. 지금 난 아내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과거에 난 한 가지 일을 90프로 했다면 지금 다니는 NGO에서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여러 가지 일을 90프로 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올해 가장 중요한 과제를  끝내야 한다. 하지만 제대로 시작을 못하고 있다. 과거에 다른 동료들은 6개월 걸렸다고 하는데,  훨씬 짧은 기간에 끝내야 하니 안 그래도 부담이 큰데... 이런 과제는 내가 그동안 해본 적이 없다. 동료 한분은 본인은 산에 들어가서 과제를 끝냈다고 하시는데  그럴 상황이 아니다.


그리고 막상 출근하면 이런저런 일을 해야 하고 퇴근하면 몸과 머리가 방전돼서 중요한 과제에 대한 생각 자체를  하고 싶게 된다. 그러다 보니  침대에 들어 누워서   없는 넷플릭스에서 봤던 것을  본다.


내가 이러한 스트레스와 고충을 아내에게 설명하니, 아내는 나에게 받았던 10년간의 픽박을 돌려준다:


“그래서 내가 낮에는 보고서를 못 쓰고 밤샘을 하는 거지”


아니, 아내는 평소에  미국 영부인 미셸 오바마가 말한 “When they go low, we go high(그들이 수준 낮은 행동을 해도, 우리는 수준 높게 행동하자)” 실천한다더니 그건 어디 가고... .


하지만  반박 불가다.  조용히 보던 넷플릭스 영화를 본다.




 중요한 과제대한 일정을 짰다. 스스로에게 주말을 포함해서 10일을 줬다. 매일 밤샘한다고 해도 다른 업무들이  기간에 들어오기 때문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럼  당장 시작해야 하는데 막상 시작이 안된다.


아내가 이런 심정이었겠지. 그래도 항상 과제를 끝낸 아내를 보면, 나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내 생각과 실천의 간극은 꽤 넓다. 쩝.




https://brunch.co.kr/@jitae202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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