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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May 10. 2021

직장과의 허니문 때는 키보드도 향기롭다

나의 이직史를 통해서 본 현재 직장과의 허니문 기간은?

나와 직장과의 허니문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아내에 대한 콩깍지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벗겨지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아내와의 허니문은 딸이 18개월일  해외여행 가서 부부가 대판 싸우면서 사실상 끝났다.


그리고 지금까지 두고두고 내가 약조를 깼다고 지적당한다. 내가 약조했던 것은 “여보한테만은 절대 화내지 않아” 결혼 전에 내가 수많은 공약을 남발하다가 뒷수습을 못한 온전히 나의 잘못이다.


나의 직장과의 허니문에 대해 쓰려다 보니 글이 삼천포로 빠졌다...




나와 직장과도 허니문 기간이 있다. 이 기간 중에는 서로 기대하는 것도 있고 서로 긍정적으로 보지만 한편으로는 서로를 탐색하고 서로의 한계와 성향을 파악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입사했더니 “여기가 아닌가 봐” 판단이 되면 꾸역꾸역 계속 버틸지 아니면 신속한 손절매(= 이직 준비) 해야 하는 시점이 허니문이 끝나는 시점이다.


돌이켜보니, 나의 직장과의 허니문 기간은 다음과 같다:


첫 직장 - 약 1년

두 번째 직장 - 약 5개월

세 번째 직장 이후 - 평균 약 3개월

현재 직장 - 약 [?]개월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첫 직장은 모든 게 새롭고 신비하고 낯설다. 뭔가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의욕과 열정이 활활 타오른다. 멸사봉공(滅私奉公: 사욕을 버리고 공익(이 경우, 회사)을 위하여 힘쓰다) 정신이 무럭무럭 생기면서 회사를 위해 평생 살겠노라라는 정신으로 무장된다. 심지어 보급형 키보드도 향기롭다.


그러다가 1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업무가 파악되고 익숙해지면서 조직 내 문제점이 하나둘 보인다. 경영도 불합리해 보이고, 매일 저녁도 같이 먹고(처음에는 공짜밥과 공짜술이어서 좋았지만)...


나는 버티기보다는 퇴사하는 길을 택했다. 회사가 언제 정상화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끝까지 버티다가 같이 침몰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일단 비를 피하기 위해 첫 직장에서 탈출에 성공했다. 급하게 비를 피하다 보니 두 번째 직장에 대하여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못했다.


 번째 직장에 입사     조직을   빨리 냉정히 바라보게 되었다. 겨우겨우  번째 직장에서 도망 나와서 안도의 숨을 쉬지만  개월 지나지 않아  곳은 사람 잡는 곳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번째 직장보다  심한 곳이라는  깨달았다.  이틀에 한번 꼴로 날밤을 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위도 쓰리고 목도 돌아가지 않는다. 모니터를 아침에 출근해서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뚫어지게 보다 보니 목디스크가 생기고 새벽에 봉지커피를  개씩 마시다 보니 위가 쓰린 것이었다.


아버지가 이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하셨다:

“파출소 피하려다가 경찰서 들어갔다”




세 번째 직장부터는 조직에 대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내 할 일만 하고 월급을 받는 업무 머신이 된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간혹 좋은 일이 생기면 “여기에 더 오래 다니고 싶어 졌어...” 마음이 생기는데 이게 나의 사망플래그가 된다. 왜냐하면 일말의 기대가 생기면 꼭 내 기대를 배반하는 상황이 얼마 후 발생하고 결국 난 사망, 아니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망플래그: 영화나 게임, 만화 등에서 등장인물이 죽기 전에 흔히 하는 행동. 인물의 죽음을 암시하는 클리셰라고도 볼 수 있다. 죽기 위한 조건을 만족했다는 의미에서 사망 플래그 혹은 사망 복선이라고 부른다.
- 출처: 나무위키




나와 다르게 뉴욕에 사는 내 친한 지인은 10년 넘게 한 직장에 있다(첫 직장은 아니지만). 지인도 중간중간에 고민과 어려움도 있었겠지만 존버하고 결국 원하던 뉴욕 지사로 발령 나서 지금도 근무하고 있다. 가끔 소식을 들으면 본인도 가족도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


지인은 원하는 것을 받기 위해 존버했다. 반면 나는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이직하고 이직했다. 각자 인생의 원하는 바를 위해 남거나 나간 거다.


존버냐 선도 탈당이냐. 사실 중요한 건 본인이 어떤 걸 원하는지에 따라 다르다. 나에게는 존버는 답이 아니었고 지인에게는 퇴사가 답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 이제 결론을 내야겠다. 여기서 허니문 기간은 이미 끝난건가 아니면 아직도 진행중인건가.


우선, 아직  직장은 내가 앞서 다닌 직장들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비영리기관이다보니 개개인이 가진 신념이나 가치관과 최대한 일치된 직장에서 근무한다.


아 그리고, 난 예전에 누가 사용하던 노트북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키보드는 애당초 향기롭지 않다.


어쩌면 여기에서는 부부 관계에서 있는 허니문 기간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우연히 알게 되어 이제는 종종 만나는 친구 같은 낯익은 관계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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