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아내는 일로 정주행, 남편은 킹덤으로 정주행
아내는 업무에 있어서 막판 벼락치기 스타일을 유지하다 보니 새벽까지 일하고 늦게 들어오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주로 애들을 재우다가 같이 잠이 들었다가 새벽에 일어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두어 시간 자고 나면 뭔가 손해를 본 느낌이다. 나만의 개인 시간이 사라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습관적으로 넷플릭스를 켠다. 그러다 보니 오은영 선생님의 육아 서적은 먼지가 쌓여간다.
넷플릭스를 켰지만 오늘도 볼 게 없다. 드라마는 정주행이 부담스러워서 눈길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폐지된 SBS의 조선구마사의 역사왜곡 문제로 인해서 요새는 조선 시대 관련 영화나 드라마에 눈길이 간다. 얼마 전에는 병자호란을 다룬 남한산성을 처음으로 봤다.
좀비 영화를 즐겨보는 나는 밀라 요보비치의 레지던트 이블을 또 (여러 번) 보기 그래서 다른 좀비물을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드라마 킹덤에 눈이 갔다. 조선구마사에 비해 역사 고증도 잘 되었다는 킹덤 시즌 1 에피소드 1을 눌러보았다.
시작부터 몰입감이 매우 높았다. 평소 영화를 볼 때 30분 내로 나무 위키에 들어가서 궁금한 정보를 찾아보는데 1회를 정주행 했다.
조선시대에 인간들이 좀비들과 제대로 못 싸우거나 액션이 약할 우려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그럴싸했다.
그러면서 시간은 흘러 어느덧 새벽 2시. 시즌 1 에피소드 5까지 봤다. 난 에피소드 6을 보려다 참았다. 계속해서 누워서 봤더니 눈은 뻑뻑해지고 몸은 뻐근하다. 근육이 뭉쳐서 그런지 몸을 풀 때 관절들이 으드득으드득 소리가 나는 좀비가 된 것 같다.
한편 아내는 집에 안 들어왔다. 오늘 새벽에도 발표 준비하느라 정주행하고 있을터. 신혼초에는 언제 들어오는지 새벽에 문자도 넣었지만 이제는 아내가 잡념 없이 일에 정주행 하라고 따로 문자를 안 넣는다.
아내는 내가 잠을 자는 사이 집에 들어왔다.
다음날 아침 아내 얼굴을 보니 몰골이 나랑 비슷하다. 새벽까지 의자에 계속 앉아서 일을 했더니 눈이 쑥 들어가 있다. 목도 뻐근하다고 한다. 아내도 근육이 뭉쳐서 그런지 목을 풀 때 관절들이 으드득으드득 소리가 나는 좀비가 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아직 다 못 본 킹덤을 봐야 한다. 오늘은 12시까지만 보겠다고 다짐을 해보지만 어떨지. 이틀 연속 정주행 하면 정말 이성이 마비된 좀비가 될지도...
한편, 아내는 이번 업무는 잘 넘어간 것 같지만 다음에는 새벽 몇 시까지 일을 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