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울퉁불퉁 뚝배기 Jun 20. 2022

춘천 사우나 6곳을 1시간 반 동안 찾아간 이유

아내가 들고 간 물병에서 시작된 나비효과

 오늘 춘천 사우나 6곳을 1시간  동안 찾아갔을까.


오늘부터 휴가를   아내를 춘천에 내려줘고 강원도관리가 안되어 있는 땅의 풀을 베러 갔다. 도착해서 물병을 찾는데 차에 싣고 온 물병이 안 보인다. 아내는 내가 챙긴 물병을 들고 가버리는 바람에 내가 일하면서 마실 없다. 가장 가까운 편의점은 6킬로. 이때 알았어야 했다. 오늘 하루가 쉽지 않을 거란 걸.


풀은 무럭무럭 자라 있었다. 오래간만에 안 쓰던 근육으로 낫질을 하니 힘이 부친다.

일부 풀은 1미터 가까이 자랐다


1시간  낫질을 하고 가장 가까운 편의점으로 향했다. 시원한 맥주보다는 시원한 에너지음료가 당긴다. 편의점에 도착했더니 주인은 문에다 큼직하게 “상가(喪家) 갔습니다”라고 써놨다.


시내로 들어가서 편의점을 찾은 후 난 파란색 음료로 목을 축인 후 맥도날드로 직행.


오후 2시가 다 되었다. 오랜만에 맥도날드에서 치킨 버거를 먹으면서 깨끗하고 좋은 사우나를 찾기 위해 검색.


하지만 이때는 몰랐다. 사우나 입성까지 한 시간 반이 걸릴 줄은.

출처: 카카오맵

첫 번째 사우나. 검색해보니 여기가 제일 깔끔해 보인다. 거리가 있지만 오늘 난 시간이 넉넉하다. 출발.


도착했는데 내가 아는 전통적인 목욕탕/사우나가 아니다. 한옥집에 사우나가 있는 게 맞나 싶어 반신반의했은데 정문 안내문에 목욕탕은 없고 샤워시설과 사우나 하나만 있는 힐링하는 곳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두 번째 사우나. 두 번째로 점찍었던 사우나다. 평일인데 사람들이 많은지 주차장이 꽉 찼다. 난 빨리 포기하고 근처 3번째 사우나로 이동.


세 번째 사우나. 오래된 주상복합형 건물에 사우나가 있다. 차가 꽉 찬 주차장에 몇 군데 주차할 수 있어 보인다. 들어갔더니 공간이 협소하여 자칫하면 차를 긁힐 것 같다. 또 철수.


넷째 사우나. 가는 길이 협소하여 오렌지 기둥에 오른쪽 문을 긁었다. 주차장에는 한 자리가 비어서 주차한 후 문을 확인하고 (다행히 심각하지 않다) 사우나로 향했다. 지하 1층인데 계단은 지하 2층까지 내려간다. 깔끔하지가 않아서 살짝 걱정이 되었다. 카운터에는 “안으로 들어가세요”가 붙어있다. 안에 들어가니 빤스만 입은 아저씨가 표를 달라고 한다. 앞에 아무도 없다고 하니 돈을 내란다. 계좌이체 안되냐고 하니 한심한 표정을 짓는다. 오로지 현금만 받는다.


다섯 번째 사우나. 난 절박해졌다. 그렇다면 가족과 몇 년 전 갔던 사우나를 가자고 생각했다. 도착했더니 큼직하게 “2022년 2월 말 폐업” 배너가 건물에 붙어있다. T맵은 4개월이 지났는데도 왜 업데이트하지 않을까. 야속하다.

출처: 티맵 - 6번째 사우나는 K내비를 이용했다

여섯 번째 사우나. 이번엔 K내비를 믿어본다. 혹시나 싶어 전화를 했다. 일단 폐업을 안 하면 전화를 받을 거다. 다행히 전화를 받는다.


내비 안내를 받고 가는데 내가 먹었던 맥도날드가 보인다. 허탈하다. 1시간 반을 결국 돌고 돌아서 출발지로 다시 돌아왔다. 진작 이 사우나로 갔으면 고생을 안 했을 텐데.


한 시간 반 동안 난 길에서 시간을 보냈다

도착하니 주차장은 넉넉하다. 실내도 깔끔하다. 하지만 휴게실이나 목욕탕은 작다. 한 시간 반이 지나고 나서야 제대로 된 사우나에 입성.


이제 난 춘천 시내의 사우나의 반을 가봤다고 말할 수 있다. 딱히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