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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Jul 11. 2020

세계 최강 노조의 아버지

메이저리그 선수노조와 마빈 밀러

우리가 잘 아는 투머치토커 박찬호는 13년 메이저리그 생활을 했고 앞으로 65세부터 사망 시까지 연 3억원 연금을 받는다고 한다. 그건 Major League Baseball Player Association(메이저리그 선수협회)라는 강력한 단체가 있기에 이런 금액의 수령이 가능한 것이다.

투머치터커가 JTBC에서 밝힌 연금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누가) 좋건 (누군가) 싫어하든 간에 직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필요하다(우리가 박찬호 같은 연금을 못 받더라도). 조직이라는 거대한 집단이 개인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제한할 때 직원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럴 때 이들을 대변해줄 단체가 필요하다.


아무리 삼성전자가 직원들에게 많은 연봉, 보너스, 복리후생을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많은 직원들은 언젠가는 자발적, 비자발적으로 퇴사를 하게 된다. 삼성전자의 직원 재직 기간이 평균 12년이 안된다. 그리고 이 중 1% 미만만 임원이 되어 몇십억에서 몇백억원 연봉을 받지만 대다수 직원들은 그러하지 않다. 게다가 삼성의 많은 계열사들은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노조를 허용하지 않기에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는 강남역 CCTV 타워에서 고공시위를 1년간 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과 합의 후 김용희씨는 고공탑에서 내려왔다

스포츠 선수 또한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본인이 원해서 스포츠 선수가 되었다고 하여도 들어온 이상 개인의 권익을 보호받아야 한다. 언론이나 대중의 초점은 일부 고액 연봉 선수들에만 맞춰지는데, 대다수는 그러한 기회가 없이 몇 년 못하고 그만두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프로스포츠 선수들도 제대로 된 노동삼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진 노조로서 권리를 보장받아 선수들의 권익을 대변해야 하는데 아직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노조가 아니어서 구단이나 KBO와 협상을 할 수 없다.

최강 노조의 로고

하지만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강력한 보호막이 있다. 노조의 권한을 가진 선수협이다. 선수협이 노조로서 제대로 출범한 것은 1966년이라고 한다. 마빈 밀러(1917-2012)는 선수협의 초대 대표였다. 마빈은 브롱스에서 태어나 브루클린에서 자라면서 다저스를(LA로 연고지를 옮기기 전) 응원했다고 한다. 뉴욕시교사노조 소속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고 뉴욕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이후 국가전시노동위윈회에 취직을 하고 이후 국제기계노동자연합과 미국 철강노조를 거쳐 1966년 메이저리그 노조 초대 대표로 취임한다. 그는 2년간 선수들에게 노조의 필요성을 역설하러 다녔다(그때까지만 해도 선수들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여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마빈의 주도하에 1968년 프로스포츠 최초로 노사협약(CBA; 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을 체결하게 된다. CBA에는 20년간 동일했던 최저 연봉 $7,000은 $10,000로 올랐고, 임금 삭감율도 25%에서 20%로 하향 조정, 퇴직금 지급, 식비 상승, 1등석 및 5성 호텔 사용, 분쟁 시 총재에게 항소할 수 있는 권리 등이 담겨 있었다.


1982년 그가 대표직에서 내려올 때 선수들의 연봉은 1966년에 비해 17배 상승했다. 선수들은 1966년 이후  총재에서 중립적인 중재인이 연봉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1975년 선수들에게 사실상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는 reserve clause 제도를 없애고 선수들이 일정 기간 활동하면 자유계약 선수가 되는 제도의 도입에 혁혁한 기여를 하였다(이 부분은 추후 Curt Flood의 대법원 판결에 대한 글을 쓸 때 상세히 다루어 보겠다).

MLB 후배들아, 나 덕분에 니들이 잘 사는거다

전 총재 Fay Vincent는 마빈이 사망했을 때 근 50년간 야구에서 제일 중요한 인물이었다고 평한 바 있다. 마빈이 사망한 후 2019년에서야 그는 야구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다.


이후 미 프로야구 선수협은 선수들 보호에 치중한 나머지 선수들의 약물검사 도입에 소극적이었고 선수들의 권익 보호에만 집중하다 보니 사회 이슈에 대해서 NBA 선수협이나 미식축구 선수협 등이 적극적인 대처를 할 때 한발 뒤쳐진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프로야구 선수노조가 다른 프로 구단 선수들의 협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우리나라 프로 스포츠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스포츠 경제 규모가 적은 한국 프로 스포츠는 어쩌면 프로야구, 프로 축구, 프로 배구, 프로 농구 선수들이 합쳐진 통합 노조를 통해서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자유계약선수들의 큰 형님:

https://brunch.co.kr/@jitae20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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