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울퉁불퉁 뚝배기 Jul 27. 2020

자유계약 선수들의 큰 형님

커트 플로드의 투쟁이 닦아놓은 길

“A well-paid slave is nonetheless a slave.” (커트 플로드)


만약 개인의 이직의 자유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아마 한 조직에서 돈을 아무리 잘 줘도 사실상 노예랑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조직이 원할 때 해고나 다른 조직으로 보내도 되지만 개인은 은퇴 말고는 대안이 없다면 대부분은 군말 없이 다닐 것이다. 그리고 조직 입장에서는 딱히 돈을 더 주진 않을 것이다.


몇십 년간 미 프로야구에 존재하고 있었던 이 부당한 문제를 깨고자 한 선수가 있었다. 그가 없었다면 다저스의 무키 베츠가 12년 4000억원에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키는 자유계약 선수로 풀리기 전 구단과 선수가 마음의 일치가 되어 초대박 계약을 성사시킨 것이다. 현재 No. 2 플레이어에 걸맞게 No. 2 규모의 계약이다.


현존하는 메이저리그 최고 계약 선수 Top 5

1) Mike Trout: $430 million

2) Mookie Betts: $380 million

3) Bryce Harper: $330 million

4) Giancarlo Stanton: $325 million

5) Gerrit Cole: $324 million

우리 탑3 연봉합치면 천조국이여($1.14 billion)

하지만 이들과 다른 자유계약 선수들이 이렇게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배경에는 커트 플로드(1938-1997)이라는 선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커트는 메이저리그 15년간 외야수를 뛰면서 통상 85 홈런/636 타점/. 293/41.9 WAR를 기록하였고 2번 월드시리즈 우승, 7회 골드글러브 수상(우수 수비수), 3회 올스타를 하였다. 기록만으로는 보면 수비를 잘하는 똑딱이 타자였다. 그가 유명해진 건 필드에서가 아니라 법원에서였다.

큰형님 커트(왼쪽)과 선수협 아버지 밀러(오른쪽)

1969년 시즌이 끝나고 커트의 팀이던 세인트 루이스는 그를 필라델피아로 트레이드한다. 그는 당시 필라델피아 팀의 실력이 별로인 데다 필라델피아 팬들은 인종차별이 심하다고 해서 가고 싶지가 않았다. 그는 당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총재) 보위 쿤에게 자신은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구단이 사고 팔 수 있는 재산이 아니며 이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자유계약 선수로 풀어줄 것을 요청한다.

큰형님이 커미셔너에게 69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보낸 편지

커미셔너는 커트의 요구를 거절한다. 그가 거절한 배경에는 1922년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당시 대법원은 미 프로야구는 오락(amusement)이기 때문에 미국 반독점법에 적용받지 않는다고 판결을 내렸었다. 반독점법은 두 개 이상의 조직이 담합하는 것을 금지시킨다. 구단들은 담합하여 그동안 선수들의 연봉을 억제하기 위해 매년 자동으로 갱신되는 고용계약서에 reserve clause(선수 보류권) 독소조항을 포함시켰었다. reserve clause에 따라 구단은 영구히 해당 선수를 보유할 수 있으며, 트레이드, 방출도 할 수 있었다. 선수가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은 좀 더 나은 연봉을 받기 위해 스프링캠프에 늦게 도착하는 게 다였다.


커트는 선수협회장 마빈 밀러와 상의 후(밀러는 법원에 가면 커트가 진다고 봤지만 선수협회가 커트의 변호사 비용은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3주 후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결과적으로 1972년 대법원은 구단들의 손을 들어준다. 법원은 1922년 판결에 대한 선례 구속의 원칙(stare decisis)에 따라 구단의 reserve clause를 인정했다.


한편 커트는 1970년 시즌을 치르지 않았다. 보이콧을 한 커트를 대신해서 세인트 루이스는 필라델피아에게 2명의 2군 선수를 보냈다. 1971년 워싱턴으로 또 트레이드되어 잠깐 13게임 뛰었지만 결국 시즌 중에 은퇴를 선언한다.


비록 그에게는 자유계약 선수 신분이 부여되지 않았지만 3년 후 사실상 reserve clause는 철폐된다. Seitz라는 중재인이 다저스 앤디 매사스미스와 볼티모어 데이브 맥넬리 두 선수들이 일 년간 시합을 뛰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연장되는 계약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판결을 내렸다(판결 후 하루 만에 구단들은 Seitz 중재인을 해고시킨다). 구단들은 이 중재인 판결을 법원으로 가져갔지만 결국 패소한다. 그다음 해 선수협은 구단들과 합의하여 선수가 한 팀에 6년간 있으면 자유계약 선수 신분을 얻게 되게 하였다. 하지만 자유계약 선수 제도에 대한 구단과 선수들 간의 이견은 계속 있어서 1995년까지 8번의 파업이 있었다.(이 둘에 대해서는 별도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다른 미 프로스포츠도 야구의 reserve clause와 유사한 제도를 갖고 있었지만 결국 철폐한다.

앤디 매서스미스 (좌)와 데이브 맥낼리(우)

흑인에 대한 경찰 폭력에 저항한 미식축구 흑인 선수 콜린 캐퍼닉도 커트와 같은 역할을 하다가 결국 어느 구단 하고도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현재까지도 무직이다. 선구자의 길은 본인에게는 고통스럽다. 하지만 이들이 있기에 세상의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국내외 제도적, 사회적 문제를 폭로하거나 싸우는 이분들을 제대로 보호해줄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선수협회장 마빈 밀러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https://brunch.co.kr/@jitae2020/3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