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하신 장모님의 명언을 생각해보다
(대문그림은 가족의 부탁으로 로고를 만들어보았다. 장모님 성함을 한자화하여 작업했다)
아내는 결혼 전에는 하루에만 약속 4개씩 잡는 사람이라고 했다. 결혼 후에는 나의 구박과 애들 때문에 확 줄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코로나19 때문에 본인 같은 외향적인 사람들이 사람들을 못 만나서 가장 심적 고통이 크다고 누차 강조했다.
반면 난 결혼 전에도 일주일에 4개 잡으면 너무 많이 잡는 거라 생각했다. 결혼 후에는 나는 가족 때문이라 말하고 사실은 내가 원해서 1주일에 한번 이상 약속을 웬만하면 잡지 않았다. 그리고 코로나19 때문에 나 같은 내향적인 사람들도 모두가 집에 있다 보니 자기만의 시간이 없어서 우리도 심적 고통이 크다고 누차 응수했다.
이런 차이를 둔 부부가 가장 편하고 익숙한 방식을 버리고 상대방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할 경우 어떻게 될까. 결국에는 탈이 난다.
생각이 많은 나로서는 아내가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할 때 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상대가 처한 환경, 여건, 입장 등을 고려하여 대안을 제시한다. 반대로 내가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할 때 아내는 사람의 마음을 중요시하기에 그 사람에게 진솔히 대하라고 한다. 결혼초에 서로 대안을 제시했지만 각자의 다른 배경과 성격에 맞지 않는 방식은 애초 각자가 활용하시가 어려웠다. 그래서 요즘은 서로 이야기를 듣고 자기 방식에 살짝만 배우자의 방식을 결합하여 진행한다(나는 그런다고 생각하는데 아내는 항상 안 그러는 것 같지만...)
내가 이직한 회사에서 첫 한 달은 아내가 말한 방식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지만 결국 힘들어서 난 본래대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같은 회사에서 중간에 한번 승진에 욕심이 나 나답지 않게 타 부서들이 요청한걸 다 신속히 처리하려다가 결국 크게 아팠다. 몇 개월간 아프고 승진은 물 건너가고 지금도 무엇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면 가끔 그 부위가 욱신거린다.
장모님이 나한테 직접 하신 말은 아니지만 “사람은 꼴대로 살아야 한다”가 이럴 때 와 닿았다. 아팠을 당시 만약 내가 나답게 일이 들어왔을 때 바로 처내거나 기일을 최대한 늦추어 일을 했으면 심하게 아프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아프고 나서 난 나의 남은 45년을 나한테 맞는 걸 찾아가기로 했고, 지금도 계속 찾아가고 있다.
나의 삶에 만족하려면 나의 꼴을 먼저 알고 그 길로 쭉 가자. 그래야 탈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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