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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Jul 21. 2020

82년생 김지영 리뷰

김지영 남편의 육아휴직의 결말은... 권고사직?

작년에 개봉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아내와 극장에서 같이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사회적으로 관심을 한 참 받았고 영화가 350만명을 돌파하고 해서 꼭 봤으면 했다(소설은 못 읽어봤다). 내 육아휴직 후 미국으로 와서 놓쳤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드디어 보게 되었다.

상업적으로 웰메이드, 적절한 페이싱, 그리고 나름 예상되는 결말이지만 40대 애 둘 둔 남자가 봐도 적절한 감동과 여성에 대한 적나라한 현실을 잘 나열한 영화다. 일각에서는 82년생 여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을 주인공에게 다 집어넣었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2시간 남짓한 영화가 현실 폭로하는 1000부작 다큐가 아닌 이상 영화적 장치로 받아들여야겠지.

영화의 전개와 결말은 모두 생략한다. 볼 사람은 이미 봤고 안 볼 사람은 어차피 안 볼 테니.

**스포주의** (하지만 약 스포다)

#1 하나의 장면에서 왜 이리 눈물이 나던지... 어떤 영화도 나의 코를 훌쩍거리게 했어도 눈물은 나지 않았는데... 영화 후반부에서 주인공이 걱정돼서 엄마가 주인공을 찾아갔는데 주인공은 엄마의 어머니로 빙의되어 엄마를 위로하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아마 산업화 시대에 가족을 위해 희생한 엄마를 위로하는 주인공이 겪고 있는 또 다른 결혼 후 여성의 희생을 사회가 노골적 또는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반복되는 현실의 시궁창 때문에 슬펐던 건가... (인터넷상 영화가 여자들만 고생하는 거에 불편해하는 분위기도 있었다는데, 한국 여성의 삶에 대한 스냅숏 영화이지 남자의 일생은 다른 영화들이 다루면 된다고 본다)

나에게는 감동적인 모녀의 장면

#2 주인공 남편인 공유는 나쁜 남자는 아니다. 자기가 속한 현실의 한계 속에서 아내를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을 한다. 일은 일대로 하랴, 빙의된 아내 걱정하랴, 딸 아영이 챙기랴... 하지만 육아를 도와주는 것과 같이 동반자로 하는 것은 다르다. 동반자가 아닌 육아와 살림의 조연으로서 한계가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한국 사회는 동반자 모델이 정착하기에 현실적 제약이 많다. 많은 경우 육아휴직을 낸 직원은 회사에 복귀해서 오랫동안 다니지 못한다. 그리고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야근은 항상 있고.

그리고 한 가지 더. 고백하자면 코로나19때 몇 개월간 집에만 있었고 나도 나름대로 애들 챙기고 집안일을 했지만 결국 아내가 가장 에너지 소모가 큰 애들 교육과 점심과 저녁 준비를 주로 했다. 아내에게는 주 발전기 이외에도 애들용 예비 발전기가 있었는데 나는 그런 게 없다. 아마 많은 남자들이 육아대디가 아닌 이상 나랑 비슷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3 주인공은 글을 쓰고 주인공 남편은 육아휴직을 내는 걸로 끝나는데... 훈훈한 마무리이지만 현실에서는 남편은 복직이 어려울 것이다. 초경쟁사회인 한국에서 한 박자 쉬는 건 사실상 낙오자라는 낙인이 찍힌다. 결국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으로 사회 구성원 전원이 육아휴직을 최소 6개월 이상 가게 만들고, 그 보다 더 어려운 문제인 한국 산업 구조의 재편 - 경단녀, 경단남이 없는 취업 및 재취업은 유연한 시스템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그게 가능하려면 투명하고 적절한 부의 재분배가 제대로 될 수 있는 기업들의 등장이 필요조건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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